ON 포럼 연사 인터뷰 시리즈

임팩트온이 6월 18일 개최하는 'ON포럼 2025: ESG 리밸런싱, 생존과 경쟁우위를 향한 전략적 선택'에 참석하는 국내외 ESG 전문가들을 미리 만나 핵심 아젠다를 들어보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변화하는 ESG 환경에서 기업과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전략과 실무 인사이트를 전해드립니다.

애런 윤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 인터뷰

애런 윤 교수는 ESG 성과 정량화와 투자 전략 통합 연구의 권위자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 박사(DBA) 출신으로, 학계 진입 전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세일스 트레이더 및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그의 연구는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에 인용됐고, 투자 전문가에게 재무 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CFA Institute의 Graham & Dodd Scroll Award, 주식전문 자산운용사 PanAgora의 Crowell Prize 등을 수상했다. 온포럼에서는 ESG 데이터 통합: 재무성과와 연계된 지속가능성 전략에 대해 발표한다.

 

Q. 어떤 연구에 집중하고 있나? 

ESG와 회계, 주가 측정 방법론을 주로 연구한다. 최근에는 공급망 ESG 문제가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했다. ESG 데이터 분석기업인 렙리스크(RepRisk)의 데이터베이스로 상장 및 비상장 기업의 ESG 위반 사례를 추적하고,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FactSet의 공급망 네트워크 정보와 결합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S&P 1500 기업의 트렌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공급망 ESG 리스크가 높은 기업일수록 향후 총자산이익률(ROA)이 평균값 대비 2.4%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ESG가 우수한 기업은 자산 회전율과 재고 조달 능력도 뛰어났다.

Q. ESG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증됐는데, 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나?

가장 큰 문제는 정보 비대칭이다. 투자자들이 공급망 ESG 정보를 제때 인지하지 못한다. 공급망 정보 공시가 부족하고 수집 비용도 높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ESG 투자가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ESG는 기업의 리소스를 사용하는 명백한 투자 행위다. 투자라면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어야 한다.

R&D나 설비투자(CapEx)는 재무제표를 통해 공시되지만, ESG 행위는 아직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기업 내부에서의 관리 회계와 기업 외부자들이 사용하는 재무회계의 갭이 있는 것이다. 관리회계 시스템에도 포함되지 않아 기업 내부에서도 ESG 투자 효과를 제대로 추적하기 어렵다. 이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Q.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ESG 후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가 정보의 지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이 ESG를 싫어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ESG는 이미 메인스트림에 들어왔다. 흥미로운 건 미국 공화당 주들의 태도다. 공화당이 집권하고 있는 주의 연기금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정치적으로는 ESG를 반대한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재무적 정보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ESG 투자를 실행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단지 ESG라고 부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은 후퇴가 아니라 건강한 조정 단계라고 본다.

Q. ESG 경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나?

기업이 활동하면서 환경오염 같은 외부효과를 만들어내는데, 이걸 누가 관리해야 할지가 애매하다. 기업이 해야 하는 건지, 정부가 해야 하는 건지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누가 어떤 부문에 얼마만큼의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책임 소재를 구분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일을 할 인센티브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급망 ESG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Q. 한국 기업들의 ESG 접근 방식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봤을 때, 미국이나 싱가포르, 유럽과는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관점이 강한 편이다. 

Q. 외국 기업들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

ESG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실히 피부로 느끼고 있다. 싱가포르는 섬나라로, 기후변화로 인한 침수 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나 콜로라도주는 산불 피해로 보험 가입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현실적인 위기 속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미국도 현 정권이 3년 반 정도 남았고 그때는 정권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상당한 수의 기업들이 정치권을 의식해 겉으로는 ESG에 대해 쉬쉬하지만, 실제로는 조용히 기업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생존과 수익률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은 지금 ESG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한국 기업들이 ESG에 접근할 때, 단순히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한국만의 서사와 맥락(narrative)을 중심에 둔 접근이 필요하다. ESG는 궁극적으로 기업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설명하는 프레임이기 때문에, 각국의 제도적 맥락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자국 중심의 서사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Q. 한국 중심의 서사 구성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나?

한국은 수출 주도형 경제,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특히 재벌체제, 강한 디지털 역량, 그리고 K-ESG 가이드라인이나 EU CBAM 대응 등 최근 강화되는 규제 및 정책 변화를 고려할 때, ESG 전략 수립에 있어 고유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급망 투명성 확보나 탄소 감축 전략은 단순히 '글로벌 압박'에 의한 대응이 아니라, 한국의 중소 협력업체와의 관계 개선,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연결해 스토리를 구성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최근 청년 세대의 사회적 감수성, 노동시장 구조의 이슈, 젠더 다양성 부족,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 불신 등 고유한 사회적 과제를 안고 있다. ESG의 S(Social)와 G(Governance) 측면에서 이러한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신뢰 확보에 핵심이다.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은, ESG를 단지 평가 점수를 올리기 위한 기계적 대응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왜 우리 기업이 ESG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한국적 서사와 전략적 명분을 갖추는 것이다. 그 명분이 명확할 때,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ESG 담론을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릴 것이다.

☞온포럼 참가신청: https://www.impacton.net/event/event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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