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비와이즈 홈페이지
사진=비와이즈 홈페이지

양봉 기술이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의 결합으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매년 40% 이상 폐사하던 꿀벌 군집 손실률이 로봇 벌집 도입 이후 8% 수준으로 낮아졌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스타트업 비와이즈(Beewise)는 벌집 관리 기능을 자동화한 ‘비홈(BeeHome)’을 도입해 30만개 이상의 유닛을 아몬드·캐놀라·피스타치오 농장에 배치했다. 해당 장비는 금속 외장과 태양광 패널, 최첨단 스캐너와 로봇 팔로 구성돼 있으며, 내부에는 실시간 프레임 분석이 가능한 AI가 탑재돼 있다.

 

“양봉업무의 90% 대체 가능”…예방·치료까지 자동화

비와이즈의 공동창업자 사르 사프라(Saar Safra) CEO는 “AI와 로봇 기술이 양봉가의 현장 업무 90%를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랭스트로스 벌집(Langstroth hive)은 1852년 미국 목사 랭스트로스가 고안한 나무 상자로, 프레임 교체가 쉽고 이동이 간편하다는 점에서 170여년간 유지돼왔다. 현재 미국 상업용 벌집 250만개가 해당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 살충제 노출, 진드기 ‘바로아 응애’ 등 해충으로 인해 벌집 손실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양봉 검사관 협회(Apiary Inspectors of America)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상업용 벌집의 56%가 폐사했다.  꿀벌 건강 연합(Honey Bee Health Coalition)은 양봉업계 손실액이 약 6억달러(약 82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과일·채소·견과류 등 전체 작물의 75%가 꿀벌 수정에 의존하는 미국 농업 기반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비홈은 내부 프레임에 있는 최대 6000개의 벌집 셀을 고해상도로 스캔한 뒤, AI가 번데기 부재나 진드기 침입 등 건강 이상 징후를 탐지하면 즉시 앱을 통해 경고를 전송한다. 필요시 약제·영양 공급, 환기 조절, 외부 살충제 노출 차단까지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비홈 1대에는 최대 10개의 벌통이 들어가며, 각 벌통은 15개의 프레임으로 구성된다.

글로벌 식재료 기업 OFI의 농업경제 책임자 잭 엘리스(Zac Ellis)는 자신이 감독하는 1만 에어커 중 30%에 비홈을 배치했으며, 3년 내 100%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전 기술들은 지나간 상황을 돌아보는 수준”이었다며, “비홈으로는 벌통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실제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와이즈, 1년 내 흑자 전환 예상…시장 확장 박차

비와이즈에 따르면 비홈의 군집 손실률은 8% 수준으로,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손실률인 40% 대비 크게 낮다. 사프라 CEO는 “양봉업의 자산은 벌”이라며, “자산의 40% 이상을 잃으면서 벌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력, 벌집을 운반하는 트레일러, 기타 고정 비용을 충당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와이즈는 올해 매출 1억달러(약 1400억원), 내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달 초 시리즈D 투자에서 5000만달러(약 680억원)를 유치했으며, 누적 투자액은 약 1억7000만달러(약 2300억원)에 이른다. 향후 3년 내 비홈 100만개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쟁 기업들도 기술개발에 나섰다. 달란 애니멀 헬스(Dalan Animal Health)는 꿀벌 전용 백신을, 비히어로(BeeHero)와 비플로우(BeeFlow)는 센서 기반 벌 건강 모니터링 솔루션을 제공한다.

워싱턴주립대의 프리야 차크라바르티 바수(Priya Chakrabarti Basu) 박사는 “질병, 영양, 기후 스트레스가 복합 작용해 벌을 위협하고 있다”며 “AI가 더 많은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면 꿀벌 건강 예측 정확도는 계속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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