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기업을 겨냥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주주 제안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에 따르면,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은 올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일본 기업에 제출한 주주 제안이 총 137건으로,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ChatGPT 생성 이미지/임팩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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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증권거래소, ‘네이밍 앤 셰이밍’ 효과…주주제안 내용도 다양화

주주 제안을 받은 기업은 52개사로 지난해 46개사보다 증가했다. 2018년에서 2019년 사이에 12개사가 주주 제안을 받은 것과 비교해서는 4배 이상 급증했다. 

6월 넷째 주에는 전체 상장기업의 40% 이상인 1700개 기업이 주총을 개최한다. 행동주의 펀드뿐 아니라 기타 주주들의 제안까지 포함하면 총 제안 건수는 약 400건에 달할 전망이다.  

제안 내용도 과거보다 다양해진 것으로 확인된다. 단순한 배당 정책 변경을 넘어 ▲경영진 해임 ▲이사회 구성 전면 개편 ▲사외이사 대거 선임 ▲계열사 지분 정리 ▲비상장화 검토까지 포함됐다. 

이런 변화는 2020년 퇴임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한 이후 가속화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정부 방침에 힘입어 일본 주식의 저평가와 기업들의 비효율적 자본 배분을 지적하며 개선 요구를 강화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1월부터 자본 배분 및 기업가치 향상 계획을 공시한 기업 명단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공시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한 '네이밍 앤 셰이밍(naming and shaming)'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잘못한 사람이나 단체의 이름을 공개해서 망신을 주고, 그 행동을 고치도록 압박하는 방법이다. 야마지 히로미 도쿄거래소 CEO는 올해부터 투자자와의 대화를 시도한 기업들을 별도로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후 대응서 사전 협의로…일본 기업들 전략 선회

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을 공개한 후에야 기업들이 대응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첫 번째나 두 번째 비공개 접촉 단계에서부터 협의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 기업컨설팅부문의 시모다 히로오 수석매니저는 로이터에 "과거에는 불이 난 뒤 진화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예방 중심의 사전 대비 작업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MCP자산운용의 오츠카 리에코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새로운 공세가 연일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지배구조와 자본 효율성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경영진 사이에서 언제 자신들이 타깃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투자운용사 애셋밸류인베스터스(Asset Value Investors)의 조 바우언프로인드 CEO는 "과거에는 경영진과 만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우리 포트폴리오 기업 대부분에서 이사회 전체와 미팅을 하고 있다"며 "일본에는 여전히 저평가된 기업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몇 년간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행동주의 제안이 주총에서 통과하기는 어렵지만, 기업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과는 있다고 보고 있다.

UBS증권의 모리야 노조미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제안이 부결되더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경영진이 계속해서 해당 제안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이징선매니지먼트의 폴 폴크스 데이비스 회장은 "우리가 주총에서 공개적으로 승리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공개적으로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우리와 점점 더 협의하고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징 선 매니지먼트(Rising Sun Management)는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행동주의 펀드인 Nippon Active Value Fund(NAVF)의 투자자문사다. NAVF는 일본의 저평가된 중소형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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