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너지 대기업 셸이 경쟁사 BP 인수를 타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셸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시장 추측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셸이 BP 인수를 위한 초기 협상에 착수했으며 BP 측도 이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1999년 엑손과 모빌의 약 810억달러(약 110조원) 규모 합병 이후 가장 큰 에너지 업계 인수합병이 될 전망이다.

셸 홈페이지 

하지만 셸 대변인은 해당 보도 직후 "이는 시장의 추측일 뿐이며, 현재 어떠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이어 “성과, 자본 규율, 사업 단순화에 집중하며 셸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P 측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전환 전략 재조정 중인 BP…엘리엇 펀드 압박 속 인수설 부상

BP는 최근 수년간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략을 추진했으나, 수익성 저하와 투자자 불만에 직면해 전략 수정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 2월,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는 BP 지분 5.006%를 확보했다고 공시하며, 대규모 자산 매각과 주주 수익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BP가 연간 자유현금흐름을 2027년까지 2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석유·가스 사업 강화와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회복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BP는 연간 재생에너지 관련 자본지출을 기존 약 65~70억달러(약 8조8000억~9조5000억원)에서 15~20억달러(약 2조400억~2조7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고, 석유 및 가스 사업에는 연간 100억달러(약 13조6000억원)를 투입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BP의 머리 오클린클로스(Murray Auchincloss) CEO는 “가장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격차 크지만, 부채는 변수

셸의 시가총액은 약 2080억달러(약 283조원)로, BP의 약 800억달러(약 109조원) 대비 두 배 이상 크다. 인수설이 현실화되면 셸은 엑손모빌과 셰브론에 이어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BP의 높은 부채 규모는 인수에 있어 중요한 리스크 요인이다. BP는 공식적으로 약 270억달러(약 36조8000억원))의 순부채를 보고하고 있으나, 하이브리드 채권과 리스 의무, 멕시코만 원유 유출 관련 잔여 지급액 등을 포함한 총 부채는 약 650억달러(약 88조6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수설 보도 이후 BP 주가는 일시적으로 10% 넘게 급등했다가, 셸의 부인 이후 상승폭이 축소됐다. 최근 1년간 BP 주가는 23% 하락한 반면, 셸은 8% 상승하며 양사 간 성과 격차가 뚜렷하다.

CNN은 BP는 석유기업에서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높은 자본비용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ESG 전환 전략이 재무적 현실과 충돌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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