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이 추진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블루 수소·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통과시킨 세제·지출 패키지로 청정에너지 인센티브가 축소되면서, 사업의 경제성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는 1일(현지시각)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요 둔화와 불리한 정책 변화,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해 저탄소 수소, 암모니아, 리튬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다”며 “정부 인센티브를 넘어 시장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면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텍사스 수소’… 세액공제 단축에 FID 연기 가능성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텍사스주 베이타운에 건설 예정인 블루 수소·암모니아 생산 시설이다. 이 시설은 하루 10억 입방피트의 수소와 천연가스로부터 연간 100만 톤의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으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98%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하는 CCS 기술이 적용된다.
엑손모빌은 이 프로젝트가 2030년까지 최대 300억달러(약 39조6000억원)의 ‘저배출 기회’를 창출할 핵심 사업이라고 강조하며, 연내 최종 투자결정(FID)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통과된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지출 패키지가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규정한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수정하면서 사업성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청정 수소 생산에 적용되는 ‘45V’ 세액공제 기한이 2033년에서 2028년으로 단축됐고, 탄소포집에 적용되는 ‘45Q’ 인센티브와의 결합 효과도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오프테이크 확보 못 하면 투자 불가… 구매자 가격 부담도 변수
이 프로젝트에는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가 35% 지분 인수를 합의했으며, 일본 최대 발전 사업자인 제라(JERA)는 생산될 암모니아의 절반에 대해 비구속적 구매계약(MOU)을 체결한 상태다. 산업용 가스 회사 에어리퀴드도 자사 파이프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엑손모빌은 아직 확정 구매자 확보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우즈 CEO는 “수익률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FID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소 가격이 구매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튬·AI 전력 불확실성 속 CCS는 순항… 저탄소 투자 방침은 유지
엑손모빌은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저탄소 천연가스 사업도 병행 추진 중이지만, 최근 대형 IT 기업들이 ‘저탄소 전력’보다는 ‘대용량 전력 확보’에 무게를 두는 흐름으로 전환하면서 해당 계획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칸소주 남서부에서 2027년부터 직접리튬추출(DLE) 기술을 통해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2022년 이후 리튬 가격이 90% 가까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우즈 CEO는 “DLE 기술의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사업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엑손모빌은 저탄소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50억달러씩, 총 300억달러(약 39조6000억원)를 저배출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탄소 포집·저장(CCS) 분야는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엑손모빌은 미국 내 가장 낮은 비용 수준의 CCS 프로젝트들을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으며, 지난 7월 미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텍사스주 로즈(Rose) CCS 프로젝트에 대해 최고 등급인 Class VI 허가를 받은 바 있다.이 프로젝트는 루이지애나주 CF인더스트리 암모니아 공장에서 배출되는 연간 2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영구 저장할 계획이다.
우즈 CEO는 “저탄소 부문에는 여전히 유의미한 가치 제안이 존재하지만, 이 분야는 항상 직선적으로 흘러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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