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너지기업 BP가 브라질 해상에서 최근 25년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석유·가스 매장지를 발견했다. 저탄소 전략에서 한발 물러난 뒤, 전통 에너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흐름 속에서 이뤄진 조치다.
로이터는 4일(현지시각) BP가 브라질 산토스분지 심해 유역에서 올해 들어 10번째 유전을 확보했으며, 이는 1999년 아제르바이잔 샤 데니즈(Shah Deniz) 가스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BP는 현재 해당 유전의 상업성 검증에 착수했으며, 탐사 지점은 수심 2400m의 심해층이다.
고든 비럴 BP 석유·가스 생산 총괄은 “업스트림 자산 확대 전략의 일환이며, 브라질은 BP의 핵심 성장시장”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발견을 계기로 하루 원유 생산량을 230만~250만배럴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날 BP는 미국 멕시코만에서도 ‘아르고스(Argos)’라는 신규 유전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하루 2만배럴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하며, 향후 10년간 추진될 연속형 해상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설명됐다.
전환 실패 후 전통 에너지 회귀…시장 신뢰 회복 시도
BP는 2020년 넷제로 전략을 공식화하며 해상풍력, 수소 등 저탄소 사업 확장을 추진했지만, 투자 수익률 저하와 재무 손실 누적으로 전략 전환에 나섰다. 팬데믹 직후인 2020년 한 해 57억달러(약 7조8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2년에는 러시아 로스네프트 지분 매각으로 약 34조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경쟁사들이 고유가 흐름을 활용해 이익을 확대하는 동안, BP는 저탄소 부문 수익성 부진으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고, 지난해 CEO였던 버나드 루니가 물러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분 5%를 확보하며 경영 전략 재수정을 요구했고, 시장에서는 매각 가능성까지 제기된 바 있다.
BP는 최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앨버트 매니폴드를 선임했다. 매니폴드는 건설소재 기업 CRH에서 오랜 기간 CEO를 맡았으며, 인수합병을 통한 자본 효율 극대화 전략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오는 10월 1일 공식 취임할 예정이며, BP 이사회는 투자자 수익률 제고와 전통 에너지 부문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OPEC+ 증산 직후 발표…시장 동향과 발맞춘 확장 행보
이번 브라질 유전 발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9월부터 하루 54만7000배럴 증산을 예고한 직후 나왔다. 팬데믹 이후 유지되던 감산 기조가 사실상 종료되며, 글로벌 공급확대 흐름과 BP의 전략이 맞물린다는 평가다.
BP는 브라질 외에도 멕시코만, 트리니다드, 이집트, 나미비아, 앙골라 등지에서 탐사 활동을 병행 중이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재편은 전환 전략보다 업스트림 중심의 수익 회복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매니폴드 체제 하에서의 첫 시험대로 주목된다.
가디언은 BP가 최근 수십억 파운드를 저탄소 산업에 투자했지만, 풍력 비용 증가로 고전한 반면, 경쟁사들은 고유가 시기에 화석연료 확대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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