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정부가 기업의 기후정보 공시 강화를 위해 추진해 온 ‘기업 기후공시 조례(Ordinance on Climate Disclosures)’ 개정 작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기후공시법 개정과 함께, 기업의 2050년 탄소중립 이행계획 제출을 요구하는 새 규정도 도입이 연기된다. 

이번 결정은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개편 방향을 반영해, 자국 공시 제도의 정합성과 스위스 기업의 경쟁 여건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기후공시 조례의 시행은 상법 개정 및 EU 규정의 방향성이 명확해질 때까지 유보하며, 늦어도 2026년 초까지는 후속 조치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30일(현지시각) 밝혔다.

현재 EU는 기업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단순화하는 ‘옴니버스(Omnibus)’ 입법 절차를 추진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TCFD 기반 기후공시 규정, 국제 기준 정합성 맞춰 개정 예정

스위스 정부는 2022년 기후공시 조례를 제정하고, 2025년부터 임직원 500명 이상 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했다.

해당 조례는 2024년 1월 1일 공식 발효됐으며, 기후변화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권고를 반영했다. TCFD에 따르면, 기업들은 거버넌스, 투자 전략 및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기후와 환경 리스크를 어느 정도까지 고려하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표, 목표, 방법 , 전략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후 TCFD 기준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로 통합되면서, 2024년 12월 연방 재무부(Federal Department of Finance, FDF)는 국제 기준 정합성 강화를 위한 개정 초안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개정안에 따라 기업들이 ISSB 또는 EU의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에 따른 공시로 자국 의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개정안에는 금융기업의 기후 전환 로드맵 공개 의무와 함께, 스위스의 ‘기후 및 혁신법(Climate and Innovation Act)’에 따라 스위스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세부적인 탄소 감축 계획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상법 개정 우선돼야"… 2026년 초 후속 절차 확정 예정

이후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지만, 이해관계자들은 세부 공시 요건보다는 법적 기반인 상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방정부는 지난 3월 연방 법무경찰부(Federal Department of Justice and Police)에 기업지배구조 및 지속가능성 공시 요건을 포함한 실용적인 상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스위스 기업이 국제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공정한 거래 조건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연방정부는 “EU의 제도 변화가 확정되면 그에 맞춰 자국 법제도 정비 방향을 결정하되, 늦어도 2026년 초까지는 후속 절차를 확정할 것”이라며 “기업 기후공시 개정 프로젝트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늦어도 2027년 1월 1일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정부의 이번 결정은 EU가 진행 중인 옴니버스 입법 절차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옴니버스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EU 택소노미(Taxonomy) 규정을 포함한 기존 규제들을 조정해 행정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통해 기후법을 통과시킨 세계 최초 국가로, 뉴질랜드에 이어 TCFD 공시를 의무화하는 세 번째 국가가 될 예정이었지만 현재는 관련 입법이 보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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