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립은행(SNB)이 포트폴리오에서 석유 생산 업체인 셰브론의 지분을 전부 매각했다./SNB
스위스 국립은행(SNB)이 포트폴리오에서 석유 생산 업체인 셰브론의 지분을 전부 매각했다./SNB

스위스 국립은행(Swiss National Bank, 이하 SNB)이 포트폴리오에서 정유사 셰브론의 지분을 전부 매각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SNB는 스위스 프랑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외환을 매도하고 미국 주식과 같은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한다. 이 은행은 미국 주식 시장의 주요 투자자로서 미국 증권법에 따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러한 보유 주식을 공시해야 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SEC에 보고된 2025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 국립은행이 7억1200만달러(약 9764억원) 상당의 셰브론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4년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NB는 작년 말까지 셰브론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엑손모빌(Exxon Mobil)과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를 포함한 다른 정유사들의 주식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관계자는 SNB가 포트폴리오에서 시추 회사 전반을 제외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경쟁사에는 해당되지 않는 환경적 우려 때문에 셰브론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포트폴리오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민감한 사안이라며 익명을 요청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SNB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SNB는 투자 정책을 조정하지 않았지만 기존 지침을 고수한다”라고 밝혔으며 구체적인 투자에 대한 언급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국립은행의 기본 입장과 상이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은 SNB가 이전과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는 데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23년, SNB의 총재이던 토마스 조던은 “스위스 국립은행이 기후 변화 정책에 개입하기보다는 가격 안정이라는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스위스 의회는 스위스 국립은행이 통화정책에서 기후와 환경적 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SNB 총재 토마스 조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의 환경 운동가들은 오염을 많이 일으키는 기업에 스위스 국립은행이 막대한 외환을 투자한 것에 대해 자주 비판해왔다.

활동가들은 수년간 SNB가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해 왔다. 지난 4월, 스위스 국립은행의 연례 주주총회에 맞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SNB 연례 주주총회에서 마틴 슐레겔(Martin Schlegel) 총재는 시민단체의 비판에 대해 “SNB는 해당 기관의 정책에 따라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후 목표는 설정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SNB의 투자 지침은 "체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는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매수를 금지”하도록 되어 있다.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무기 생산업체, 석탄 채굴 기업, 그리고 체계적으로 관련된 은행도 제외 대상이다.

또한 그는 “스위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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