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아카데미커연기금(AkademikerPension)이 유럽 방위산업체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연기금은 유럽 전역에서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수익성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각), 아카데미커연기금이 자체 윤리 기준에 따라 투자에서 배제해 온 유럽 주요 방산 기업 6곳과 일부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에어버스, 바브콕 인터내셔널, 다소 항공, 사프란, 탈레스 등 주요 방산 기업과 서코 그룹, 울트라 일렉트로닉스 등 중소 업체가 투자 대상에 다시 포함됐다.
옌스 뭉크 홀스트(Jens Munch Holst) 아카데미커연기금 최고경영자(CEO)는 “방산업체의 핵무기와 관련된 매출이 존재하더라도, 그 규모가 매우 작다면 전체 투자를 막을 이유는 없다”며 “유럽 방위력 강화를 위한 자본 공급이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결정은 수익성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한 결과로, 현 시점에서 가장 책임 있는 선택”임을 강조했다.
다만, 핵무기 관련 부품을 제조하거나 인권 침해 논란이 있는 글로벌 방산 기업 46곳에 대한 투자 제한은 유지하기로 했다. 아카데미커연기금은 약 1570억 덴마크크로네(약 24조61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들이 방위비 확대에 합의한 직후 나왔다.
나토는 26일(현지시각)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올해 총 8000억유로(약 1266조원)를 방위력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방위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 확대를 위해 인허가 패스트트랙 도입, 반독점 심사 유연 적용 등 제도 개편안도 제시했다. 동시에 방산 투자 역시 지속가능성 원칙과 양립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ESG 투자 원칙과의 충돌 해소에 나섰다.
이에 유럽 각국은 예산 압박 속에서 국방비 증액을 위한 조세 조정, 복지 재편 등을 논의 중이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EU 주요국에서도 방산 투자 제한 철폐가 정치 공약으로 제시됐다.
노르웨이에서는 9월 의회 선거를 앞두고 진보당 소속 한스 안드레아스 리미(Hans Andreas Limi) 의원은 “장비를 구매하면서 관련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건 위선”이라며, 국부펀드의 방산 투자 제한 철폐를 주장했다.
금융기관, 방산 산업 투자 기준 완화ㆍESG 투자 지표에 포함시켜
정책 변화에 발맞춰 금융기관들도 방산 투자 기준을 조정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독일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Allianz Global Investors)는 최근 군사 장비에서 10%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과 핵무기 활동에 연관된 기업에도 투자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AGI 맷 크리스텐슨 글로벌 책임자는 “핵무기 산업은 이미 산업 전반에 깊숙이 통합돼 있어 분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UBS 자산운용도 일부 지속가능성 펀드에서 무기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 제한을 삭제했다. 기존에는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무기에서 올리는 기업을 배제했으나, 최근 해당 조항을 삭제하며 투자 기준을 완화했다. 다만 집속탄, 생화학무기 등은 여전히 투자에서 배제된다.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Euronext)는 ESG를 ‘환경·안보·지정학’으로 확대하며, 방위산업을 ESG 투자 지표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유로넥스트는 방산 기업의 상장과 채권 발행을 지원하는 ‘IPO레디 디펜스’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며, 방산 관련 IPO 절차 단축과 EU 자금 유치 연계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방위 산업에 대한 ESG 펀드 투자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방위 산업체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유럽 ESG 펀드의 수가 3배 증가했으며, 방위 산업에 대한 미국 ESG 펀드 노출 규모 역시 2년 사이 12억유로(약 1조8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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