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후기금인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GCF)이 역대 최대 규모의 신규 투자를 승인해, 개발도상국의 기후 대응 지원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각), GCF 이사회가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제42차 이사회에서 총 17개 기후 적응·완화 프로젝트에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으로 GCF의 누적 투자 포트폴리오는 133개국 314건, 총 180억달러(약 25조5600억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공동 금융을 포함한 총 투자 규모는 670억달러(약 95조1400억원)에 이른다.
그린본드·재생에너지·식량 시스템 전방위 지원
이번에 승인된 17개 신규 프로젝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기후 취약국을 중심으로 추진되며, 주로 최빈국(LDCs), 소도서개발국(SIDS),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지원이 집중됐다. 특히 모리타니, 세인트루시아, 파푸아뉴기니 등 단일국가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가나 북부 지역에서는 만성 식량 부족과 수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 7000만달러(약 994억원) 규모의 생계지원 사업이 승인됐다. 이 중 6300만달러(약 897억원)는 GCF가 직접 지원한다. 120개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물 저장 인프라 조성, 황폐지 복원 등 복합적 기후 대응이 이뤄지며, 약 62만명 이상이 직접적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해수면 상승에 극도로 취약한 몰디브에는 2500만달러(약 355억원) 규모의 ‘다중위험 조기경보 시스템(TRACT)’ 사업이 승인됐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집행을 맡아 향후 5년간 조기경보체계 정비 및 기후 재난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본 사업은 국제 이니셔티브인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Early Warnings for All)’와도 연계된다.
또한 GCF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그린본드 시장 확대를 위해 2억2700만달러(약 3223억원) 규모의 주식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며, 인도 내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2억달러(약 2840억원)도 함께 승인했다.
‘30개월→9개월’ 인증 절차 대폭 단축… "기금 효율성ㆍ접근성 강화"
GCF는 이번 이사회에서 자금 집행 속도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증 시스템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평균 30개월이 소요되던 파트너 인증 기간을 9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실사 절차를 프로젝트 단계에서 집중 수행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개도국의 직접접근기구(Direct Access Entities·DAEs)가 GCF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을 한층 완화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총 8개 신규 파트너가 인증을 받았으며, 이 중 7개가 개발도상국 내 DAE다. 신규 인증을 포함해 GCF와 협력하는 공식 파트너 수는 150개를 넘어섰으며, 파트너는 공공·민간·비영리 등 다양한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웨덴 공동의장 레이프 홀름베리(Leif Holmberg)는 “이번 회의는 기금 승인 규모와 제도 개혁 측면에서 GCF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며, “인증 체계 개편은 역대 최대 규모의 정책 패키지로, 파트너 네트워크 확장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해외 원조 삭감 정책이 본격화된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은 지난 3월, 국제개발처(USAID)의 해외 프로그램 중 83% 를 폐지하고 나머지 프로그램은 국무부로 이관한 바 있다. 지난 2일에 열린 제4차 유엔 개발재정 정상회의에도 미국은 불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공적개발원조(ODA)가 전년 대비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2024년의 9% 감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GCF 공동의장 세이니 나포(Seyni Nafo)는 성명에서 “지금처럼 공동의 기후 행동이 절실한 시점은 없었다”며 “GCF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