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업계가 기후 리스크에 대한 인식과 공시 수준은 높아지고 있지만, 기후 투자와 정책 관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은 15일 ‘한국 2025 투자자 기후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총 2878조원을 운용하는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 18곳의 기후 대응 현황이 담겼다.

AIGCC의 레베카 미쿨라-라이트 대표는 “기후 리스크의 재무적 중요성을 인식하는 한국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민간 자본이 한국의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투자자 간 열린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GCC가 국내 기관투자자의 기후 전환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AIGCC

 

기후 인식은 높지만, 기후 거버넌스와 공시는 여전히 과제

한국 투자자들은 기후 거버넌스와 공시 항목에서 전반적으로 아시아 평균에 근접한 수준을 보였다. 기후 리스크에 대한 인식도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의 78%가 기후 변화의 재무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아시아 평균인 75%를 웃도는 수치다.

한국 투자자의 56%는 이사회 차원에서 기후 리스크를 감독하고 있었고, 67%는 기후 요소를 투자 정책에 통합하고 있었다. 이는 각각 아시아 평균인 63%, 66%와 비슷하거나 근소하게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기후 성과를 경영진 보상과 연계한 기관은 17%로, 아시아 평균 23%보다 낮았다.

기후 공시는 점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로 확인된다. 한국 투자자의 50%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후 공시를 시행 중이며, 이는 아시아 평균 54%에 근접한다. 2023년보다 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응답자의 44%는 포트폴리오의 물리적 기후 리스크를 공시했으며, 아시아 평균(43%)과 유사한 수준이다. 반면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공개한 비율은 28%(아시아 평균 44%), 포트폴리오 배출량 공시는 33%(아시아 평균 37%)로 평균보다 낮았다.

자산운용사와 자산소유자 간의 격차도 드러났다. 국제 기준에 맞는 공시 비율은 자산운용사가 69%, 자산소유자는 39%였고, 이사회 감독 구조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각각 77%, 50%, 기후 통합 정책은 81%, 51%였다. 보고서는 자산소유자가 책임 있는 투자자로서 공시 수준을 강화하고, 운용사가 기후 전략을 수립하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전략과 관여 활동은 미흡...전환 계획 구체화 필요해

AIGCC는 한국 투자자가 향후 기후 전환 과정에서 ▲기후 투자 ▲기업 관여 ▲정책 옹호 세 영역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투자와 전략 설정 부문에서는 다수 항목이 아시아 평균에 못 미쳤다. 넷제로 포트폴리오 달성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기관은 34%였으며, 아시아 평균은 48%였다. 전환 금융이나 기후 솔루션에 대한 투자 목표를 설정했거나 추적 중인 기관은 28%였고, 아시아 평균 44%보다 낮았다. 자산 정렬 목표를 수립한 기관은 6%로 아시아 평균 23%에 크게 못 미쳤으며, 산림 파괴와 관련된 정책은 전무했다. 생물다양성이나 자연 관련 전략을 채택한 비율도 28%로 아시아 평균 36%에 미치지 못했다. AIGCC는 이와 관련해 한국 투자자들이 구체적인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목표 설정을 확대해야 하며, 특히 생물다양성 전략 등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기업 관여 부문 역시 미진했다. 연간 관여 보고서를 발간한 기관은 17%(아시아 평균 39%), 관여 결과를 공개 기관은 6%(아시아 평균 25%)였다. 의결권 가이드라인에 기후 관련 내용을 반영한 기관은 11%(아시아 평균 31%), 기후 관여 목표를 수립한 기관은 6%(아시아 평균 21%)에 그쳤다. 관련 이니셔티브 참여율도 6%로 아시아 평균 26%에 크게 못 미쳤다.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관여 목표를 명확히 수립하고, 활동 결과를 투명하게 공시하며, 글로벌 이니셔티브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 옹호 부문에서는 활동이 전무했다. 조사 대상 중 기후 정책 혹은 규제에 대한 지지 활동이나 입장을 외부에 공시한 곳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아시아 평균 3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AIGCC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 전용 워킹그룹과 정책 옹호 플랫폼을 통해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투자자 간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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