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후 결의안 지지율, 2022년 84%에서 2024년 69%로 감소
- 유럽의 우호적 정치 환경과 연기금의 요구, 유럽 자산운용업계의 기후 활동 촉진
기후 투자에 앞장섰던 유럽의 투자자들마저 반(反) ESG 기조 속에서 기후 행동에 대한 공개적 입장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유럽 투자자들이 미국의 흐름에 발맞춰 기후 행동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내부적으로 리스크와 새로운 규제를 평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기후 결의안 지지율, 2022년 84%에서 2024년 69%로 감소
유럽 금융기관들은 미국보다 기후 공약과 투명성에서 앞서 나갔지만, 동시에 탄소 배출 감축 약속을 실현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2025년부터 일부 EU 금융기관은 기후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엄격한 보고 의무를 충족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탄소 회계 방법론의 미성숙함과 경제 전반의 전환 지연이 현실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고위 자산운용 임원은 "많은 넷제로 목표가 현재와 같은 공시 규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가 없던 시기에 설정되었다"고 지적하며, "내부 변호사들이 지속 가능성 목표와 공약에 대해 점점 더 강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C라는 목표에 맞춰 투자를 조정하겠다는 공약은 이제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한 파리 기반 금융가는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보조금보다 친환경 규제를 선호하는 EU에 대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해 놓고, 이를 실행할 효과적인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좌절감을 준다”고 말했다.
유럽 투자자들은 주주총회에서 기후 결의안을 지지하는 비율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컨설팅 회사 FTI의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 주요 자산운용사의 글로벌 기후 결의안 지지율은 2022년 84%에서 2024년 69%로 감소했다.
한 유럽 주요 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4년 단위의 정치 주기에 맞춰 투자 전략을 조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대신 기후 관련 행동이 주목받지 않도록 하고, 공개적인 비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우호적 정치 환경과 연기금의 요구, 유럽 자산운용업계의 기후 활동 촉진
영국 자산운용사 사라신 앤 파트너스(Sarasin & Partners)의 스튜어드십 책임자인 나타샤 랜델-밀스(Natasha Landell-Mills)는 “미국에서 기후 변화가 점점 정치화되면서, 냉각 효과가 유럽과 그 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결국 스스로와 미래 세대를 해치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았다. 기후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리스크를 무시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이 지연될 뿐이다”라며 “기후 변화는 경제와 지정학적 관점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수익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대형 연기금 PKA의 CEO 존 존슨(Jon Johnson)은 유럽 연기금들이 기후 노력에 더욱 집중하고 있으며, 기후 행동에서 물러나는 자산운용사들은 고객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은 자산 소유자인 우리가 금융 부문에서 기후 행동을 이끌어야 한다. 우리가 녹색 전환을 계속 추진한다면, 사업적인 관점에서 자산운용사들도 성장을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자산 소유자들의 요구와 유럽의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정치 환경은 유럽 자산운용업계가 기후 변화에 계속 집중할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LGIM의 CIO 소냐 라우드(Sonja Laud)는 "기후는 기업의 미래 성공을 이해하는 데 있어 재무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며, 우리는 이를 투자 과정에 계속 포함시킬 것"이라며 "고객에게 적합한 투자 기회를 식별하기 위해서는 기후 리스크가 분석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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