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핵융합에너지 민간투자가 지난 1년간 26억4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 증가하며 2022년 이후 최대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각) 미국 핵융합산업협회(FIA)의 연례 보고서를 인용해 2023년 7월 이후 전 세계 핵융합 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 규모가 급증했으며, 투자처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영국 등으로 다변화됐다고 보도했다.

FIA의 2025년 보고서 표지 / 이미지 출처 FIA 홈페이지
FIA의 2025년 보고서 표지 / 이미지 출처 FIA 홈페이지

 

기술 성숙과 공급망 형성…핵융합 투자자 신뢰 강화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핵융합 기업 수는 총 53곳으로, 2021년(23곳)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8곳은 올해 처음 보고서에 포함됐다. 또한 53개 핵융합 기업에 대한 총 민간 투자액은 2021년 이후 누적 97억7000만달러(약 13조6000억원)로, 불과 3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9억달러(약 1조3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178% 급증한 26억4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기업별 주요 투자 사례로, 미국 퍼시픽퓨전은 2024년 11월 9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헬리온은 2025년 1월 4억2500만달러(약 6000억원) 시리즈F 투자를 받았다. 독일 마블퓨전도 1억1300만유로(약 17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에 성공했다.

AI와 데이터센터로 전력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핵융합과 같은 고출력 에너지에 대한 산업적 관심도 높아졌다. 앤드루 홀랜드 FIA 대표는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투자금이 확대된 것은 투자자 신뢰 회복, 기술 진전, 공급망 성숙의 신호”라고 설명했다.

핵융합은 태양과 별의 에너지원으로, 지구상에서는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만 탄소배출이 거의 없고, 장기 방사성 폐기물도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핵융합 반응은 레이저나 초전도 자석 등을 통해 가벼운 원자핵을 강제로 융합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상용화까지는 반응 유도에 필요한 에너지 저감, 반응의 지속성 확보, 생산된 에너지의 전송 시스템 확보 등 기술적 난제가 남아 있다.

 

AI 전력 수요·대기업 진입 가속…그러나 상용화까지 자금격차 ‘허들’

공공 부문 핵융합 프로젝트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중국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보고서에서 공공 자금이 투입되는 정부 주도 핵융합 프로젝트는 집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민간 투자에는 기존 화석연료 기업들의 벤처캐피털 부문도 참여하고 있으며, 석유기업 셰브론과 셸, 지멘스 에너지, 미국 최대 철강업체 누코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실제 상용화를 위한 투자 여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83%는 '투자 확보가 여전히 어렵다'고 답했으며, 파일럿 플랜트 구축을 위해 필요한 추가 자금 규모는 300만~125억달러(약 42억원~17조4000억원)로, 중간값은 7억달러(약 9800억원)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이 추정한 총 필요 자금은 770억달러(약 107조원)로, 현재까지 투자된 금액의 8배에 달한다. 보고서는 향후 업계 통합이 진행되면 투자 총액이 감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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