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전력회사 이베르드롤라(Iberdrola)가 아일랜드 디지털 인프라기업 에첼론 데이터센터(Echelon Data Centres)와 함께 데이터센터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양사는 스페인 합작법인을 설립해 마드리드 인근 부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공동 개발·운영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베르드롤라는 디지털 인프라 전문 자회사 CPD4Green을 통해 합작 법인의 지분 20%를, 에첼론이 나머지 80%를 확보했다. AI 등 디지털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내 데이터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재생에너지-전력 인프라 융합으로 데이터 센터 공동 운영
양사는 첫 프로젝트로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에 16만㎡ 규모의 '마드리드 수르(Madrid Sur)'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베르드롤라는 부지 확보와 전력 공급을 전담하고, 에첼론은 인허가, 설계, 상업화, 운영 등을 총괄한다. 해당 시설은 2030년 이전 가동을 목표로 하며, 144메가와트(MW)의 데이터 처리 용량을 갖추고 230MW급 전력망에 연결된다.
이번 합작은 유틸리티 기업과 디지털 인프라 기업 간 유럽 최대 규모의 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에첼론은 캠퍼스당 최대 200MW급까지 수용 가능한 하이퍼스케일급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한 부지에서 복수 데이터센터 동을 모듈화해 운영하는 캠퍼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이베르드롤라는 현장 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이를 추가 재생에너지 설비에 연계해 연간 약 1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직접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연간 약 27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모든 전력은 24시간 청정에너지로 운영된다.
나아가 자회사 CPD4Green은 마드리드와 아라곤 인근에서 700MW 이상의 전력망이 연결된 개발 부지를 보유해, 향후 데이터센터 구축 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기반 인프라를 마련했다.
이베르드롤라 기업개발 책임자 다비드 메소네로 몰리나는 “우리는 단순 전력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공동 운영과 부지 제공, 재생에너지 직접 연계까지 가능한 '재생에너지-인프라 융합 전략'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번 협력은 우리가 보유한 전력망 자산과 역량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작은 글로벌 디지털 산업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추진됐다. 블룸버그NEF는 AI 수요 확대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5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전력 수요의 약 9%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2035년까지 1600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전력 수요의 약 4.4%에 달한다.
스페인, 데이터센터 투자지로 급부상
한편, 스페인은 디지털 인프라 투자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의 전력 소비국으로, 재생에너지 인프라, 통신망, 부지 접근성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경쟁력이 높고, 풍부한 토지 자원과 재생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어, 에너지집약 산업인 데이터센터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스페인 데이터센터협회(SpainDC)는 스페인 데이터센터 수요가 2028년까지 현재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며, 스페인이 안정적인 전력망과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 에너지ㆍ인프라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에첼론 최고투자책임자 데이비드 스미스는 “스페인은 규제 환경, 인력, 에너지 가격 면에서 데이터센터 설립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며 “이베르드롤라와의 협력은 고객에게 안정적인 전력 기반의 디지털 인프라를 제공하는 핵심 요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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