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빠르게 확대하는 한편, 대규모 석탄광산 개발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안보와 온실가스 감축을 병행하려는 이중 전략이 파리협정 이행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환경 씽크탱크 글로벌에너지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 GEM)는 29일(현지시각)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석탄 광산 개발 계획이 글로벌 석탄 공급 과잉을 초래하고, 기후 목표 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GEM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450곳 이상의 석탄광이 개발 중이며, 이 가운데 약 40%는 이미 착공됐거나 시운전 단계에 들어갔다. 이들 광산이 모두 가동될 경우 연간 생산능력은 13억5000만 톤에 달해, 인도네시아와 호주의 전체 생산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 비축 확대에 지방정부 인허가 가속…“메탄 배출만으로도 치명적”
중국 정부는 2024년 4월, 2030년까지 3억톤 규모의 석탄 비축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2021년 전력·석탄 부족 사태로 발생한 에너지 안보 위기를 계기로, 석탄 공급의 계절별·시장 변동성 대응력을 높이고 전력 가격 안정을 꾀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에 따라 내몽골(Inner Mongolia)을 비롯한 주요 석탄 생산지 지방정부들이 해당 목표를 맞추기 위해 광산 개발 승인 절차를 앞당기고 있으며, 승인 대기 중이던 초기 단계 프로젝트들도 중앙정부 방침에 따라 신속히 추진되고 있다.
GEM은 중국의 이러한 기조가 유엔 및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감축 시나리오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석탄 생산을 75% 줄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으며, IEA는 39% 감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GEM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신규 광산 추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존 설비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현 추세는 오히려 기후 대응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GEM 석탄광 추적 프로젝트 매니저 도로시 메이는 “중국이 신규 광산 건설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파리협정의 기후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GEM은 중국 광산 개발만으로도 향후 신규 프로젝트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메탄은 2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약 80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로 평가된다.
2024년 전 세계에서 새롭게 추가된 석탄 생산능력은 1억5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해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850곳에 달하는 신규 석탄광 또는 확장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은 전 세계 신규 석탄광 개발 용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는 3억2900만 톤, 호주는 1억6500만 톤 규모의 신규 석탄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중국, 해상풍력·신재생 설비 세계 1위…이중 전략 가속화?
이러한 석탄 개발 확대 흐름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중국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GEM이 22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510기가와트(GW)의 태양광·풍력 설비를 건설 중이며, 전체 계획 물량은 1.3테라와트(TW)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상풍력 부문에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8년까지 5GW에 불과했던 해상풍력 설비는 올해 3월 기준 42.7GW로 확대돼 전 세계 해상풍력 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해상풍력 설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장쑤성, 광둥성 등 연안 지역에서는 해상풍력, 그린수소 생산을 연계한 시범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향후 중국의 전체 해상풍력 개발 계획은 67GW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40% 이상이 건설 진행 중에 있다.
GEM은 중국이 현재 속도로 신규 석탄 설비를 확대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설비도 병행할 경우, 전 세계 에너지 구조가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러한 이중 전략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의 괴리를 더욱 벌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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