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SC) 빌 윈터스(Bill Winters)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넷제로 목표 공약을 철회한 글로벌 은행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Shame on them)”며 강하게 비판했다.
3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윈터스 CEO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최근 글로벌 은행들이 탈퇴하고 있는 '넷제로은행연합(NZBA)'은 금융권 최대의 기후 연합체다.
SC, “아시아·중동 고객, 여전히 전환에 집중하고 있어”
윈터스 CEO는 일부 지역에서 반기후 담론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탠다드차타드의 고객들은 여전히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시장에서 우리 고객 대부분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와 중동의 고객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넷제로 전환이나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우리 사업에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윈터스 CEO는 이어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계속해서 견고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많은 전환 프로젝트가 경제적으로도 충분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기후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한편, 그는 자신이 친환경 의제를 지지하는 데 있어 과거보다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점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런던 기후행동주간에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정책을 옹호하는 것이 4년 전에는 정치적으로 무리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윈터스 CEO는 “이 주제에 대해 예전만큼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며, “이제는 훨씬 목소리를 높이고, 더욱 분명하게 입장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NZBA 잔류에 따른 법적 리스크 vs 탈퇴로 인한 평판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에서 기후정책에 대한 역풍이 거세지자, 월스트리트 주요 은행들이 줄줄이 NZBA를 이탈했고, 캐나다 은행들이 뒤를 이었다. 지난 7월에는 HSBC가 영국계 은행 중 최초로 연합에서 탈퇴했다.
지난해 말 이후 NZBA를 탈퇴한 주요 은행으로는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웰스파고, 캐나다왕립은행(RBC) 등이 있으며, HSBC를 제외한 유럽계 주요 은행들은 여전히 NZBA에 남아 있다.
탈퇴 은행들은 고객의 저탄소 전환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화석연료 산업 고객에 대한 금융 제한이 법적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사업을 운영 중인 국가의 경제가 넷제로 목표 달성 경로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넷제로 목표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NZBA에 잔류 중인 도이체방크는 중간보고서에서 NZBA 회원 자격과 관련해 법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지만, 동시에 연합을 탈퇴할 경우 평판 리스크 역시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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