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가 이번에 발표한 2024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 이미지 출처 AIIB 홈페이지
AIIB가 이번에 발표한 2024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 이미지 출처 AIIB 홈페이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시 기준을 적용한 첫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내놓았다.

AIIB는 14일(현지시각) 2024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공개하며 자발적으로 ISSB 기준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COP28에서 다자개발은행(MDB)들이 공동으로 약속한 글로벌 공시 기준 마련의 후속 실행으로, MDB 투명성 강화 흐름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기후 리스크 영향 제한적… 금융지원 배출량 첫 공개

보고서는 기후 요소가 은행의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금융 지원에 따른 배출량을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2024년 투자·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산출된 금융지원 배출량은 약 72만4000톤에 달했다. 배출량 계산에는 프로젝트 금융, 주권대출, 기업대출·채권 등 주요 자산군이 포함됐으며, 보고서는 “데이터 품질과 방법론은 향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IIB는 총 721억달러(약 9조7300억원)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기후 리스크 중요도 평가를 실시했다. 물리적 리스크는 홍수·폭염·가뭄 등 기후현상으로 인한 자산 손상, 전환 리스크는 산업구조 변화나 탄소세 도입 등 제도 변화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이들은 신용·시장·전략 리스크에 직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포트폴리오 구성별 리스크 수준도 공개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79.6%가 중간 수준 물리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었고, 13.8%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전환 리스크는 주권대출 포트폴리오의 94.7%가 중간 수준에 해당했으며, 일부 화석연료 관련 프로젝트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반면 유동성 포트폴리오는 투자등급 채권 비중이 높아 전반적 리스크가 낮다고 평가됐다.

진리췬 총재는 “우리의 미션인 ‘내일을 위한 인프라(Infra for Tomorrow)’ 금융을 실천하려면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투명성과 비교 가능한 공시는 더 나은 의사결정과 결과를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분석 결과도 공개… MDB 전반 확산 전망

보고서는 기후리스크 시나리오 분석(Climate-related Financial Risk Assessment, CRA) 결과도 함께 담았다. AIIB는 중앙은행·감독당국이 사용하는 ‘넷제로 2050’과 ‘현행정책 유지’ 두 가지 시나리오로 포트폴리오를 스트레스 테스트했다.

‘넷제로 2050’ 시나리오에서는 전환 리스크가 크게 작용해 비주권 투자 포트폴리오의 기대손실(ECL) 증가액이 약 5960만달러(약 830억원), 주권대출(정부 보증 대출)은 2650만달러(약 370억원)로 추산됐다. 반대로 ‘현행정책 유지’ 시나리오에서는 물리적 리스크 심화로 주권대출 기대손실이 4330만달러(약 600억원) 증가했으며, 유동성 포트폴리오에서도 약 1930만달러(약 270억원)의 시장가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두 시나리오 모두 2050년까지 AIIB의 재무 건전성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평가됐다.

AIIB가 ‘넷제로 2050’과 ‘현행정책 유지’ 두 가지 시나리오로 포트폴리오를 스트레스 테스트한 결과, 장기적 재무 영향은 제한적 수준으로 평가됐다. / AIIB 2024 지속가능성 보고서
AIIB가 ‘넷제로 2050’과 ‘현행정책 유지’ 두 가지 시나리오로 포트폴리오를 스트레스 테스트한 결과, 장기적 재무 영향은 제한적 수준으로 평가됐다. / AIIB 2024 지속가능성 보고서

AIIB는 자체 운영에서도 2025년까지 본사 운영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본사 전력은 이미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으며, 사업 출장 감축·친환경 사무환경 인증 등을 통해 Scope 1~3 배출 저감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앤드류 크로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데이터는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높이고 리스크 인식을 줄이며 장기 가치 창출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WBG, World Bank Group),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도 ISSB 기준 단계적 도입을 예고한 바 있어, 향후 MDB 전반으로 공시 체계 전환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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