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 노후화된 파이프라인 안전 규정과 기후 대응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파이프라인 책임법(Pipeline Accountability Act)’이 발의됐다. 2024년에도 유사 법안이 추진됐으나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며, 이번에는 내용을 보완해 재발의됐다. 법안은 공공 안전 제고, 기업 책임 강화, 지역사회 참여 확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 소속 에드워드 J. 마키 상원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과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소속 로리 트라한 하원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이 법안 재발의를 공식 발표했다.

송유관(파이프라인)의 모습을 보여준 예시 이미지 / ChatGPT 이미지 생성
송유관(파이프라인)의 모습을 보여준 예시 이미지 / ChatGPT 이미지 생성

 

노후 인프라 사고 계기, 파이프라인 책임법 재발의

이번 법안은 2018년 매사추세츠 메리맥 밸리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 2020년 미시시피 사타르티아의 이산화탄소 파이프라인 파열 등 잇따른 사고를 계기로 마련됐다. 두 사건은 노후 인프라와 허술한 규제가 지역사회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을 드러냈다.

마키 의원은 성명을 통해 “2018년 콜롬비아 가스 파이프라인 폭발은 사망자와 부상자, 수만 명의 대피자를 낳은 참사였다”며 “더 이상 지역사회가 이런 재난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라한 의원과 함께 발의한 파이프라인 책임법은 지역사회가 규칙 제정과 건설 과정에 참여하고, 사고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며 “기업들이 낡고 위험한 파이프라인을 운용할 수 있는 허점을 차단하고 예방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 참여 확대·기후 기준 강화로 안전성 제고

법안은 파이프라인 안전, 기후 책임, 지역사회 보호를 아우르는 포괄적 접근을 담았다. 주요 조항은 ▲안전 및 기후 기준 강화 ▲신속한 규제 제정 ▲공공 참여 확대 ▲현대화 및 사고 예방 ▲재원 및 책임성 강화 등이다.

안전·기후 기준 강화의 경우 파이프라인·위험물안전청(PHMSA)이 규제를 정할 때 기후 영향, 인프라 수명, 비배출 대체재 전환 등을 고려하도록 의무화했다. 신속한 규제 제정은 중복 절차를 제거해 규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내용이다.

또한 PHMSA 내 공공참여사무소를 신설하고, 안전위원회에서 시민 이해관계자의 독립성을 강화해 공공 참여를 확대하도록 했다. 기존 파이프라인에도 강화된 안전 기준을 적용하며, 천연가스 시스템 내 수소 혼합 연구 등 현대화를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현대화에 협조하는 경우 보조금을 확대하고, 사고 발생 시 민사벌금 한도를 폐지하며 시민이 PHMS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법안은 파이프라인 세이프티 트러스트,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시에라클럽, 350.org 등 주요 환경·안전 단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파이프라인 세이프티 트러스트의 에린 서덜랜드 국장은 “최근 2년은 지난 15년 중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시기”라며 “파이프라인 사고로 3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보다 강력한 안전 기준이 공공 보건과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EPC 기업에도 직간접적 영향 가능성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글로벌 EPC 사업을 전개하는 국내 기업에도 중장기적 파급이 예상된다.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해외에서 가스·석유·석유화학 플랜트와 송유·가스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어, 발주처의 안전·환경 요건 강화가 곧 입찰 조건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미국 내 주요 파이프라인 사고 이후 기업들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정화 비용과 벌금을 부담한 바 있다. 2010년 엔브리지(Enbridge) 칼라마주강 송유관 유출은 정화 비용만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했고, 최근 2022년 키스톤 송유관 유출도 수억달러의 대응 비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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