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립연구기관 PSE 헬시 에너지(Physicians, Scientists, and Engineers for Healthy Energy, 이하 PSE)가 25일(현지시각) ‘메탄 리스크 맵(Methane Risk Map)’을 공개했다.
PSE는 메탄 배출이 단순한 기후 요인에 그치지 않고, 벤젠·톨루엔 등 독성 화학물질을 함께 방출해 지역사회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시각화했다.
위성·대기모델로 드러난 메탄과 독성물질 동반 배출
PSE는 과학자·의사·엔지니어들이 모여 에너지와 공중보건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독립 연구기관이다. 이번에 공개한 메탄 리스크 맵은 위성으로 포착한 배출 자료와 대기 확산 모델링을 결합해, 메탄 누출과 함께 방출되는 유해 화학물질이 어느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디지털 지도다.
연구진은 미국 11개 주에서 발생한 1300건 이상의 메탄 누출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99%의 사건에서 벤젠·톨루엔·자일렌 같은 독성 물질이 함께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물질은 발암성이나 신경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장기간 노출될 경우 호흡기·면역계 손상 등 심각한 건강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발암물질인 벤젠의 경우, 일부 사건에서는 배출 지점으로부터 1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건강 기준치를 초과한 농도가 관측됐다. 이는 누출이 특정 시설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고, 주변 지역사회 전체의 환경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유해물질 노출 지역에는 사회적·건강적 취약성이 높은 커뮤니티가 많았고, 학교·보육시설이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분석에 따르면 일부 누출은 배출 지점에서 최대 2마일(약 3.2km) 떨어진 곳까지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모든 사건을 합산했을 때, 위험 반경 안에 약 12만60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학교·병원·보육시설 등 취약 시설이 110곳 넘게 위치한다고 밝혔다.
기업 리스크 확대…감축 관리 체계의 한계 지적
PSE는 이번 분석을 통해 기업의 메탄 리스크가 가중될 것으로 평가했다. 메탄 배출은 이미 투자자와 규제 당국이 주목하는 기후 리스크인데, 여기에 주민 건강 피해 소송과 평판 리스크가 더해질 경우 법적·재무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세바스찬 롤랜드 박사는 “지금까지의 배출 관리와 공시 체계는 메탄만 다뤘을 뿐, 함께 배출되는 독성물질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는 기업과 규제 당국 모두가 간과해온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람코, BP, 셰브론, 엑손모빌, 셸 등 12개 글로벌 대형 석유·가스 기업이 참여하는 기후 협력체인 석유·가스 기후이니셔티브(OGCI)는 메탄 감축 원칙과 자체 공시 프레임워크를 공개하는 등 배출 관리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들 체계는 메탄에 집중돼 있어 벤젠·톨루엔 같은 독성 화학물질의 배출은 포함하지 않는다.
연구는 메탄 자체가 강력한 온실가스일 뿐 아니라, 고농도에서는 폭발 위험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초대형 배출원(시간당 100kg 이상 배출하는 사건)’로 분류되는 일부 사례에서는 인근 노동자들이 화재·폭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진은 메탄 리스크 맵이 단순한 학술 도구를 넘어, 지역사회와 정책결정자, 기업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공공 데이터라는 점을 강조했다. 누출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체계로 쓰일 경우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규제기관은 이를 통해 배출 관리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주민 생활시설이 위치한 지역은 생산시설로부터 최소 1km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