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제품의 가치사슬을 보여주는 개념도./PRI의 가이드.
 섬유 제품의 가치사슬을 보여주는 개념도./PRI의 가이드.

글로벌 책임투자 원칙(PRI)이 사모시장 투자자와 포트폴리오 기업을 위한 공급망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지정학적 불안과 규제 강화 속에서 공급망 투명성 확보가 투자 수익과 기업 가치 보호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PRI는 2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공급망 내 인권·환경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무 지침을 제시했다. 이번 가이드는 20여 개 사모펀드 운용사(GP)·출자자(LP) 심층 인터뷰, 전 세계 200명 이상 투자자가 참여한 워크숍, 글로벌 설문조사, 업계 사례 비교 분석, 글로벌 리스크·보증 전문기관인 LRQA의 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공급망 실사와 규제 대응, Exit 준비도의 핵심 전략

PRI는 공급망 실사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전략적 도구라며 공급망 리스크가 재무 성과와 장기적 기업 가치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위험 지역과 산업에서는 공급망 매핑과 리스크 점검을 강화해 투자 회수(exit) 단계에서 기업가치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사 범위는 투자 전 스크리닝부터 보유기간 모니터링, 투자 종료까지 전 과정을 포괄한다. 보고서는 ▲사모펀드 운용사(GP)는 투자 초기 리스크 점검과 계약서 실사 조건 반영 ▲출자자(LP, 연기금·국부펀드 등)는 GP의 정책·보고 체계 검증 ▲포트폴리오 기업은 공급망 매핑, 협력사 교육, 지속적 모니터링과 공시 수행 등을 담당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PRI는 공급망 리스크가 실제 기업 가치와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사례 비교를 통해 설명했다. 인권 침해나 환경 훼손 리스크를 방치한 기업은 평판 손실과 규제 제재로 기업가치가 훼손됐고, 반대로 체계적 실사와 개선 활동을 진행한 기업은 장기적 경쟁우위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정성·정량 혼합형 가이드와 데이터 기반 분석

이번 가이드는 정성적 접근을 기본으로 하되 정량적 요소도 병행하는 혼합형이다. PRI는 글로벌 설문조사와 글로벌 규제 데이터 플랫폼 C2P(Compliance to Product) 분석을 통해 투자자들의 인식과 관리 수준을 데이터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각 섹션별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도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망 가시성 부족은 여전히 큰 과제다. 많은 기업이 1차 협력사 수준에 머무르며, 강제노동·열악한 근로조건 등 심각한 리스크가 하위 단계에서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선도 기업들은 공급망 매핑을 통해 위험 지역과 산업을 우선 점검하고, 이를 투자 실사에 반영해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PRI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공급업체 교육·모니터링을 강화한 기업들은 비용 절감, 안정적 조달,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규제 트래커로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

PRI는 영국 로펌 트래버스 스미스(Travers Smith)와 공동 개발한 ‘글로벌 공급망 규제 트래커(Global Supply Chain Regulation Tracker)’도 공개했다. 이 툴은 C2P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1만5000건 이상의 규제를 검토해 약 600건의 공급망 실사 관련 법규를 정리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지역·산업별 규제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주요 규제 동향으로는 ▲EU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미국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 ▲EU 산림파괴방지규정(EUDR) ▲EU 배터리규정 등이 꼽힌다. 이들 규제는 공급망 내 인권·환경 영향에 대한 기업의 실사 의무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이드는 투자 전 과정에 걸친 실행 방안도 담았다. 거버넌스 및 정책 수립 단계에서는 공급망 리스크를 고려한 조직 구조와 절차 마련을, 투자 전 스크리닝 단계에서는 초기 리스크 신호 점검을 제시했다. 실사 및 영향 평가 단계에서는 인권·환경 리스크 심층 분석과 개선 계획 수립, 계약 체결 시에는 공급망 관리 조건 명문화가 핵심이다.

보유기간에는 적극적 모니터링과 참여를 통해 기업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Exit 단계에서는 투자 종료 이후에도 핵심 리스크 완화 조치가 지속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포트폴리오 기업 대상으로는 공급망 매핑, 협력사 스크리닝, 리스크 평가, 공급업체 교육, 성과 공시까지 단계별 체크리스트를 제공했다. 성공과 실패 사례를 함께 제시해 실무진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PRI는 이번 가이드가 복잡한 규제 환경 속에서 투자자와 기업이 장기적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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