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부 주도 산업 정책이 월가의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8일(현지시각) 밝혔다. 

국방, 반도체, 중요 광물, 인공지능 등 전략적인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가 직접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사례가 잇따라 관측되면서부터다.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정책 방향과 관련된 산업 분야를 집중 분석하며, "백악관의 다음 선택지'가 될 회사를 찾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정부가 기업 지분 인수… 시장의 ‘새 신호’

최근 미국 정부는 산업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업 지분 인수를 단행했다.  지난 7월에는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의 지분 15%를 확보했다. MP 머티리얼즈는 전기차·로봇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rare earth) 금속 생산 기업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공급망을 미국 내로 돌리기 위한 상징적 투자로 평가됐다. 

이어 8월에는 인텔(Intel Corp.)의 지분 약 10%를 인수했다. 인텔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통과된 ‘CHIPS 법(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지원을 받아왔지만 경영난에 빠진 상황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이 지분 인수를 통해 “국가가 핵심 기술 산업의 회생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9월에는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 Corp.), 10월에는 트릴로지 메탈스(Trilogy Metals Inc.)의 지분을 각각 5~10% 수준으로 취득했다. 두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과 니켈, 구리 등 중요 광물을 생산하는 업체로, 미국 내 핵심 자원 자립의 중심 축으로 꼽힌다.

이 같은 행보는 자유시장주의를 지탱해온 공화당 전통에서의 급격한 이탈로 평가된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인텔 지분 인수는 사회주의로 가는 한 걸음”이라며 공개 비판했다.

 

“트럼프처럼 생각하라” – 투자자들, 정부 매수 후보 찾기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부 주도로 자국 안보와 공급망에 도움이 되는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월가의 투자자들이 백악관의 다음 매입주식이 무엇일지 찾는 데 혈안이 되었다고 블룸버그가 밝혔다./챗gpt 이미지 생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부 주도로 자국 안보와 공급망에 도움이 되는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월가의 투자자들이 백악관의 다음 매입주식이 무엇일지 찾는 데 혈안이 되었다고 블룸버그가 밝혔다./챗gpt 이미지 생성 

투자자들은 정부의 움직임을 새로운 투자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캐나다 밴쿠버의 개인 투자자 애덤 기든스(Adam Giddens)는 국방부가 MP 머티리얼즈 지분을 인수하기 전 해당 주식을 매입해 95%의 수익을 거뒀다. 그는 이후 군사 장비용 금속 안티몬(antimony)을 생산하는 기업 '밀리터리 메탈스(Military Metals Corp.)'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안티몬의 최대 생산국이며, 러시아 또한 또다른 대형 공급국가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중요성과 공급망 취약성의 조합이 새로운 정부 투자를 부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심지어 '백악관의 투자 전략을 그대로 복제하겠다'는 새로운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출범할 예정이다. 미국 투자운용사 라운드힐 파이낸셜(Roundhill Financial)은 최근 '라운드힐 미국 정부 포트폴리오 ETF(Roundhill USA Government Portfolio ETF)’ 출범을 위한 서류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이 ETF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국가 안보 및 핵심 산업 보호를 이유로 매입한 기업 지분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트럼프 정부의 투자 패턴을 예측하기도 한다. 미국 보스턴의 트레이더 콜 핸슨(Cole Hansen)은 ChatGPT에 “트럼프가 다음에 선택할 산업이 무엇이냐”고 묻고, AI의 제안을 분석해 배터리용 흑연(Graphite) 산업을 유망 분야로 지목했다. 그는 AI가 “중국이 지배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공통점으로 지적하자, 미국 내 합성 흑연 생산기업 노보닉스(Novonix Ltd.)에 투자했다.

노보닉스는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7억5500만달러(약 800억원)의 대출 승인을 받은 기업이다. 하지만 그가 10월 중순에 주식을 처음 매입한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약 40% 하락했다. 

 

“해저광물도 유력”… 정부 개입에 베팅한 펀드들

정부의 지분 매입이 발표된 이후 해당 주식의 상승폭/ 블룸버그 캡처
정부의 지분 매입이 발표된 이후 해당 주식의 상승폭/ 블룸버그 캡처

기관투자자들도 정부의 움직임에 베팅 중이다. 올드 웨스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Old West Investment Management)는 '더 메탈스 컴퍼니(TMC, The Metals Company)'와 '오디세이 마린 익스플로레이션(Odyssey Marine Exploration)' 같은 해저 광물 채굴 기업이 다음 지분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해저 채굴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관련주 주가가 급등했다. TMC는 심해저에서 망간단괴(배터리용 니켈·코발트 원석)를 채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다른 투자기관인 비라일리(B. Riley Securities) 등 투자기관은 희토류 및 핵심 광물 부문에서 추가 정부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에너지 퓨얼스(Energy Fuels Inc.)'와 '라마코 리소시즈(Ramaco Resources Inc.)' 등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실제 인수 소식이 부인되자 급등했던 주가가 급락하면서 ‘정책 테마주’의 위험성도 드러났다.

 

“산업 보호인가, 정부 개입인가” 논란

트럼프의 산업 개입 정책은 월가에서는 기회로, 워싱턴에서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제프리스(Jefferies)의 아니케트 샤(Aniket Shah) 글로벌 전략 책임자는 “이제 기업 분석의 일부는 국가와의 정치적 관계를 포함해야 한다”며 “정부와 얼마나 긴밀히 협력하느냐가 미래 기업 가치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BCA리서치의 맷 거트켄(Matt Gertken) 전략가는 “정부가 선호 기업을 과도하게 보호하면 시장 효율성이 떨어지고, 결국 중국처럼 비효율과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며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 선택 주식’이 시장에서 급등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 개입 리스크가 투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맷 거트켄은 “당장은 정부가 공급망 회복과 산업 안보를 이유로 기업 지분 인수를 이어가겠지만, 결국 비효율과 재정 부담이 문제로 돌아올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지금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