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빙으로 접근성 높아지며 희토류·게르마늄·흑연 확보전 가속
기후변화로 접근성이 높아진 북극이 희토류와 흑연, 게르마늄·갈륨 등 핵심광물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며 미국·러시아·중국 등 주요국의 자원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CNBC는 20일(현지시각) 각국이 중국의 광물 독점 구도를 깨기 위해 북극 지역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러·중·캐나다까지…에너지·항로·광물 엮인 전략지로 부상
북극은 전 세계 미발견 석유의 13%, 천연가스의 30%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로 해빙이 진행되면서 북방항로(NSR)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상업 교역로로 부상해 지정학적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마크 란테이뉴 노르웨이 북극대 부교수는 CNBC와 인터뷰에서 “북극은 석유·가스뿐 아니라 전략 광물과 희토류의 공급원으로 간주된다”며 “그린란드는 비철금속, 귀금속, 보석, 희토류, 우라늄의 보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름철 북극해를 통과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린란드가 중국의 대안적 공급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린란드 소유가 경제·안보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캐나다도 미국과의 외교 갈등 속에서 북극 자원 잠재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을 국가 전략축으로 삼고 에너지·안보 투자를 지속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북극 항로용 신규 원자력 쇄빙선 건조를 언급하며 북극에서의 입지 강화를 강조했다.
유럽정치연구컨소시엄(ECPR)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로 북극 에너지 프로젝트가 지연되자 중국과 ‘극지 실크로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이후 러시아는 북극 군사훈련과 방공 시스템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
그린란드·스웨덴 개발 본격화…중희토류 확보전 치열
이런 흐름 속에서 북극권 자원 중에서도 대규모 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그린란드에서는 주요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미국 기반 희토류 개발사 크리티컬메탈스는 남부 그린란드에서 세계 최대급 희토류 광상으로 평가되는 ‘탄브리즈(Tanbreez)’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이달 4일(현지시각) 그린란드 광물자원활동환경청(EAMRA)으로부터 지구화학 시험과 광산 폐쇄 계획에 대한 핵심 환경 승인을 확보했다. 이번 승인으로 프로젝트는 본격적인 개발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탄브리즈는 힐(Hill)·피오르드(Fjord) 지역에 최소 4500만톤의 자원을 보유한 대규모 광상으로, 약 3분의 1이 청정에너지와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중희토류로 구성된다. 올해 초 발표된 예비경제성평가에서는 순현재가치(NPV)가 약 30억달러(약 4조6000억원), 내부수익률(IRR)은 180%로 제시됐다. 초기 생산량은 연간 8만5000톤 희토류 산화물로 계획돼 있으며, 이후 모듈식 확장을 통해 42만5000톤까지의 증산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희토류 외 전략 광물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광물 탐사업체 아마록은 지난 11일 서부 그린란드 광산에서 상업적 수준의 게르마늄과 갈륨 매장지를 확인했다. 엘두르 올라프손 아마록 CEO는 “두 금속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광물”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23년 게르마늄과 갈륨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했고, 2024년 말 미국을 대상으로 금지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한편 스웨덴 북부 키루나에서는 국영 광산업체 LKAB가 유럽 최대급 희토류 매장지 ‘페르 게이어(Per Geijer)’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LKAB의 니클라스 요한손 수석부사장은 CNBC에 “물질을 지상으로 끌어올린 상태지만, 사업 타당성은 여전히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프라를 갖춘 기업조차 경제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북극권 희토류 개발의 복잡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평가다.
혹독한 기후·물류 장애로 수익화까지 15~20년 전망
북극 자원전이 ‘골드러시’로 불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란테이뉴 부교수는 “인식과 현실이 갈리는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린란드에서 광산을 세우려면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한다”며 가혹한 기후·원격 지형 등 물류 제약을 고려할 때 기업이 실질적 수익을 내기까지 15~2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즈대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에서도 그린란드 빙하 일부가 습지·관목 지대로 바뀌며 일부 지역의 광물 접근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북극이 향후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권력 경쟁이 교차하는 전략적 전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