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포스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초 포스코와 LG화학 등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권에 속하는 상장사들에게 TCFD 권고안 기준에 맞춰 작성한 기후 관련 리스크를 공시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블랙록 래리 핑크 CEO는 “많은 투자자들이 기후변화 리스크가 투자 리스크라는 걸 알고 있다”며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상당한 규모의 자본 재배분이 일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서한에 담았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 중 TCFD 권고안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적용한 기업은 단 5곳 뿐이었다. 한국표준협회 대한민국지속가능성지수의 발표에 따르면, 7월 2일까지 공시된 지속가능성 보고서 총 46개 중 삼성전자, 포스코, 삼성화재, 현대제철, 삼성SDI만이 TCFD 권고안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은 환경 분야 공시를 할 때 대부분 지속가능경영 국제보고 기준인 GRI 스탠다드를 사용한다. ▲원재료 ▲에너지 ▲용수 ▲생물다양성 ▲배출 ▲폐수 및 폐기물 ▲컴플라이언스 ▲공급업체 환경 평가 등의 지표로 구성돼 있지만, 기업마다 지표의 선택 및 공개 범위가 달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 간 비교에 활용하기 어렵다. 반면, TCFD 권고안의 경우 투자자의 관점에서 기후변화 공개 기준을 정립해 구체적인 정보 공시로 기업 간 비교가 용이하다. 최근 하버드대 로스쿨 기업지배구조포럼이 진행한 '글로벌 기관투자가 조사' 설문결과, 77%의 기관투자가들은 ESG 정보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최적의 표준으로 TCFD를 뽑은 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삼성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TCFD 권고안과 GRI 스탠다드, SASB(Sustainability Disclosure Topics & Accounting Metrics)를 혼합해 사용했다.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와 자사의 활동이 어떻게 부합하는지 소개했다.
포스코 또한 TCFD 권고안과 GRI 스탠다드와 SASB를 혼합해 사용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0년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표준으로 지정한 ISO 26000도 적용했다. UN SDGs는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는데 활용했다.
5곳 중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은 어떻게 TCFD 권고안을 공시에 활용했는지 소개한다.
① 지배구조_ 삼성전자 리스크 협의체 운영 vs. 포스코 사장 직속 안전환경기획실 운영
TCFD에 따르면, 지배구조란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과 위기를 관리ㆍ감독하는 이사회 활동 설명하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평가ㆍ관리하는 경영진의 역할을 설명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리스크 협의체 운영 ▲환경안전위원회 개최 ▲글로벌녹색경영시스템 도입을 소개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기후변화 관련 안건을 보고 받고 있으며, CFO(최고 재무책임자)가 CRO(Chief Risk Officerㆍ최고 위기책임자)를 겸직하며 환경‧대외협력‧법무‧홍보 등의 최고 책임자와 함께 리스크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환경안전위원회를 개최, 환경 경영 및 기후변화 이슈 체크, 그에 따른 대응활동을 점검하며, 환경 분야 임원들로 구성된 전사 협의체를 운영한다. 전사온실가스회의와 에코협의회를 각각 연 2회 개최, 온실가스 감축 현황을 감독하고 에너지 고효율 제품 개발에 대한 전략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글로벌녹색경영 시스템으로 매월 모든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 줄이기 위해 삼성안전환경연구소 등과 함께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포스코는 ▲사장 직속 안전환경기획실 운영 ▲환경‧에너지 통합경영체제 구축 ▲기업시민위원회 등을 소개했다.
포스코는 철강부문장(사장) 직속 안전환경기획실을 중심으로 전사적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에너지 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안전환경기획실은 전사 환경 전략 수립 및 목표 관리를 맡는다. 분기별 저탄소 친환경 위원회를 개최하며, 에너지 저감 활동 등을 포함한 기후변화 관련 이슈는 철강부문장에게 연 1회, 이사회 멤버인 생산본부장에게 연 3회 보고된다.
작년에는 배출권 거래 관련 안건 2건이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등 기후변화 관련 재무적 이슈는 이사회와 경영위원회에서 검토된다고 밝혔다.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례적 환경진단도 진행하며, 발견된 환경 리스크는 해소될 때까지 최고경영자에게 주기적으로 보고된다.
경영진은 ‘포스코그룹 환경‧에너지 통합경영 방침’을 수립해 중장기 사업 전략과 투자 결정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검토한다. 투자관리 규정에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리스크가 예상되는 사업은 전문부서와 협의 과정을 거치도록 명시하고, 투자 검토 시 탄소 비용을 반영하는 등 환경 리스크를 고려한다. 또한 ESG 전담 조직을 운영, 직원들에게 UN SDGs의 의미와 내용, TCFD와 회사 가치의 관계를 안내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이사회 외에도 CEO 직속 자문기구인 기업시민위원회도 운영 중이다. 포스코 사내이사‧사외이사‧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최고 전략 자문기구로 분기별로 운영된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성과 점검, ESG 지표 관련 활동 수준 점검, ESG 트렌드 변화에 대한 사전 대응 방향을 제언한다. 기업시민위원회에서 도출된 사항은 그룹의 기업시민 담당 임원으로 구성된 ‘기업시민 임원 위원회’에서 실행부서 단위의 목표를 세우는 등 기업 활동에 반영한다.
②경영전략_삼성전자 온실가스 영향 ↑vs. 포스코 기후변화 대응
삼성전자는 온실가스 관리가 자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단기적으로는 탄소가격(온실가스 배출권 가격)과 기상이변, 소비자 행동 변화가,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를 리스크로 인식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고효율 제품 개발에 착수하고, 이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와 탄소배출권 시장 참여를 기회로 봤다.
시나리오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정한 대표농도경로(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RCP)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 기술전망(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ETP 2016),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를 활용했다. 기후변화가 자사에 ▲제조비용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생산성 저하 ▲제품 판매 감소 등의 재무적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 예측했다. 시나리오 기법을 도입해 중장기적인 위험을 예측했으나, 대응방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리스크와 대응방안 간 상관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도 있다.
포스코는 ▲파리협정 체결을 통한 세계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리스크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시 세계경제에 악영향 미친다는 OECD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이어지는 등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철강산업은 특히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7%를 차지해 저탄소 경제 흐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재무적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저탄소 경제로의 흐름에 따라 전기차·풍력 및 태양광 발전·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 제품 수요에 대비한 제품 개발에 집중해 철강산업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③위험관리_삼성전자 & 포스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 리스크
TCFD에 따르면, 위험관리는 ▲기후변화 관련 위험을 식별하고 평가하기 위한 절차 ▲기후변화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절차 ▲기후변화 관련 위험을 식별·평가 및 관리하는 절차가 조직의 전반적인 위험관리 체계에 통합되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후변화가 제품의 개발과 제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규제이슈로는 ▲탄소세 및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재생에너지 사용 ▲제품 에너지 효율 규제를, 물리적 이슈로는 ▲태풍‧홍수 피해 ▲황사를, 기타 이슈로는 ▲기업 평판 ▲소비자를 리스크로 분석했다. 특히 탄소가격을 내부적으로 설정, 이를 에너지 효율설비 및 발전 사업, 탄소배출권 정산 등에 적용해 리스크를 도출해냈다고 밝혔다.
리스크 분석을 토대로, 에너지 고효율 제품 개발과 제조 사업장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안전위원회와 전사 온실가스회의를 통해 정기적으로 기후변화 이슈를 점검하고, 이해관계자 관심도 및 산업계 동향 등을 파악해 이슈의 중요도와 영향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겨 정책 결정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전반적으로 친환경 이슈에 따른 각 국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해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EU의 승용차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 강화,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기준 강화, 각국의 친환경 정책 등을 위험이자 기회로 인식했다.
구체적인 리스크로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 ▲기상이변 ▲저탄소 고효율 철강재 요구 증가를 들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은 온실가스 감축 혹은 배출권 구매 비용의 증가로 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적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물리적 리스크로는 ▲기상이변에 따른 설비 피해 ▲원료 수급 차질 ▲전력 및 용수 확보 곤란을 언급, 2017년 호주 동부에서 발생한 사이클론으로 홍수가 일어나 석탄 수입 가격이 보름 만에 2배로 급등하며 안정적인 원료 조달이 어려워 자사의 제철용 석탄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사례를 들었다. 또한 저탄소 고효율 철강재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기술개발 부담이 가중되는 기술적 리스크도 전망했다.
리스크 분석을 토대로 ▲전기차 위주의 생산체제 전환 ▲신재생 에너지 중 풍력발전 ▲탈황설비 및 LNG연료 추진선으로 변화하는 친환경 선박사업을 신사업 기회로 보고, 고장력 강판 등 저탄소 고효율 프리미엄 제품 판매 및 친환경 공정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삼았다. 위험을 식별하고 평가하기 위한 절차를 소개하는 부분은 설명이 다소 미흡했지만, 타사의 보고서에 비해 리스크 분석이 구체적이며 이에 따른 해결방안을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명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④지표‧목표 설정_포스코, 감축목표 구체적으로 설정
TCFD에 따르면, 지표ㆍ목표 설정이란 ▲조직이 경영 전략 및 위험관리 절차에 따라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한 지표 공개 ▲Scope 1, 2 및 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련 위험 공개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기회 관리를 위해 조직에서 사용하는 목표와 목표 대비 성과를 설명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국가별 온실가스 관리지침 및 IPCC 가이드라인, ISO 14064 기준을 적용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합산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한다.
2020년 매출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는 2008년 5.17톤 CO2e/억원에서 70% 감축한 1.55톤 CO2e/억원이며, 2019년엔 3.14톤 CO2e/억원으로 2018년 대비 12% 감축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Green Process ▲Green Product ▲Green partnership 3대 분야 목표를 기준으로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IPCC WBSCD(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ㆍ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위원회)와 WRI(World Resources Instituteㆍ세계자원연구소), World Steel Association(세계철강협회) ISO 14044 등을 기반으로 직접 개발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법론을 토대로 온실가스를 측정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을 눈여겨 볼만 하다. 2020년까지 2007-2009년의 평균 2.2톤이던 조강 1톤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7-2009년 대비 9%, 즉 조강 1톤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2.0톤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의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에 따라 자사만의 장기 저탄소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공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타사의 보고서에 비해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의 시각을 면밀히 담았다는 장점이 있다. TCFD 권고안을 따르기 위해선 온실가스 사용량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투명한 정보공개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공식적으로 목표를 공개함으로써 기업에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일종의 강제성을 부여하게 된다. 또한 기업 실정에 맞게 공개 기준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GRI Standards와 달리 기업마다 기준이 일정해 기업간 비교에 용이하다.
삼성전자와 포스코그룹은 TCFD 권고안이라는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불릴만하다. 다만, 몇몇 기준에 있어선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기준을 충실히 지켰다는 평을 내리긴 어려워 보인다.
- 【줌인 ESG ②】 환경부가 지지선언한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 새롭게 주목
- TCFD 권고안, 기업들 주요 공시 표준으로 급부상
- 【Trend Insight⑤】 TCFD, 영국 연금법에 공시 의무화 vs. 연금투자 ESG 불가...英ㆍ美정부 정반대 움직임
- 영국, 단일 기준으로 TCFD 채택... 2025년 의무화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제 ESG 축은 E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속가능경영보고서'(上)
- 【줌인 ESG⑲】5대 금융그룹의 공통점, ESG 전담팀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G에만 신경썼던 한국, 시야를 넓혀라 (中)
- 【줌인ESG】 TCFD 다음은 TNFD, 자연자본도 관리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