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베트남에 "재생에너지 사게 해달라"
삼성전자가 베트남 정부에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해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영전력회사가 석탄화력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전력 이외에 친환경 에너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주호 삼성전자 베트남 복합단지장은 지난달 29일 베트남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 응웬홍디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최 단지장은 삼성전자가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신재생 에너지 직접전력구매계약(DPPA)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
DPPA란 기업이 국영전력회사인 베트남전력공사(EVN)를 거치지 않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사업이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일정한 요건을 갖춘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DPPA 사업을 오는 2023년까지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독일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비율 높아... RE100 달성에 효율적
세계적 에너지 기업 BP의 ‘세계에너지 통계 보고서 2019’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독일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생산비율이 높은 곳은 베트남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 기준 독일은 전체 전력 가운데 4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반면, 베트남은 37.3%로 독일 다음을 기록했다.
발전 증가 속도 또한 가팔랐다. 2000년~2019년 기간 동안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연평균 26.8%에 달해, 2017년 이후에서야 20% 증가율을 기록한 한국에 비해서도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 비율이 확대되고 있었다.
베트남은 연간 7~8% 수준의 경제성장률에 힘입어 공업국가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2020년 이후 전력 생산량이 매년 15~17% 수준으로 증가해야 했는데, 베트남 정부는 이를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고 결정했다.
베트남은 태양광과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를 핵심분야로 선정했다. 그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는 태양광과 풍력이다. 1년 내내 덥고 습한 기후인데다가 중남부지방은 1년 내내 폭염이 이어질 정도로 더워 태양광 발전에 적합하다. 베트남 정부는 태양광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태양광 산업 투자자에게는 20%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신용대출에서 금리를 우대해주는 등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 년 내내 평균 7~9m/s의 바람이 부는 자연환경도 풍력 발전에 적합하다. 덴마크 에너지청과 세계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베트남은 2030년까지 연안 풍력발전소에서 10G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대형 화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양이다.
아직 베트남에서 운영되는 풍력발전소는 11개, 429MW 규모에 그치고 있지만, 해외 기업들은 베트남 정부의 지원을 받아 대규모 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베트남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에너지정보 문화재단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시행 등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굳세기 때문에 앞으로 베트남의 에너지 전환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내년 발전사업 허가될까?
한편, 국내 상황은 아직 갈길이 멀다. 정부가 내년에 발전사업을 허가하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총 사업비 36조원이 투입돼 울산 앞바다에 6GW(기가와트)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건설된다. 부산과 울산, 경상남도에 거주하는 570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이란 풍력발전기가 바다 위에 떠 있는 발전소를 말한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고정식과 달리 수심 50~60m의 깊은 바다에도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심이 깊은 먼 바다는 연안과는 달리 바람이 안정적이고 풍황이 우수하다. 다만, 짧은 작업기간에 비해 운영비와 계통연계 비용이 고정식보다 약 50% 많다는 단점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울산시 테크노산업단지를 찾아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을 보고받았다. 울산시는 2030년까지 6GW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를 울산 동해가스전 인근에 건설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우선 2025년까지 1.4GW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를 건설하고 2030년까지 나머지 4.6GW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업엔 해외사도 대거 참여한다. 울산시와 한국석유공사, 쉘-코엔스헥시콘, 에퀴노르(Equinor), GIG-Total, CIP-SK E&S, KF Wind 등 7개 기관은 컨소시움을 구성하고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1단계(1.4GW)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5개 민간투자사는 1GW, 석유공사와 울산시는 각각 200MW 규모 발전·연구단지를 건설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제출하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30년까지 태양광 38%에서 63%로 확대, 풍력을 8%에서 34%로 약 4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022년까지 원전 유휴 부지와 석탄발전 부지를 활용해 수상 태양광 및 해상, 육상 풍력을 증가시켜 5GW 상당의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목표기간인 30년까지는 2022년까지 승인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23.8GW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