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중요한 ESG 문제를 규정하는 프레임워크인 SASB는 5월 초 이사회를 열어 특정 항목의 표준 지침 개정에 대해 논의했다. 더불어 글로벌 빅 5 프레임워크를 통합하기 위한 ‘가치공시재단’의 출범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SASB 표준을 개정하는 5가지 안이 올라왔다. 광업과 석탄운영에 대한 추출물 관리, 인적 자본, 담배 산업의 공급망 관리, 대체 육류와 유제품에 관한 기준이다.
광업과 석탄 운영에서 배출하는 추출물(Tailing)은 보통 연못이나 댐에 저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환경 오염과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SASB는 ”2014년 캐나다 폴리호 폐기물 방류, 2015년 브라질 마리아나댐 붕괴 등의 사례를 근거해 SASB 개정안에 추출물 관리를 포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적 자본 또한 주요 논의 주제 중 하나였다. SASB는 “노동 조건, 보건 및 안전, 그리고 다양성, 형평성 및 포함 문제와 관련하여 다루어지지 않은 인적 자본 요소가 있다”며 직원의 건강과 안정, 다양성, 포용, 노동 관행을 새롭게 개정할 것을 시사했다.
한편 담배 산업의 공급망 관리는 개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담배 산업은 환경적, 사회적인 외부작용을 불러일으키지만 공급망 관리에 대한 어떤 표준은 없었다. SASB는 공급망 관리와 관련된 지속가능성 문제는 중요한 재무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관한 투자자 관심이 다양해 표준을 만들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개정을 반려했다.
대체 육류와 유제품에 대한 지표는 새롭게 다뤄질 전망이다. SASB는 “대체 제품의 경우 투자자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기존 육류와 유제품 표준을 그대로 쓸 순 없는 환경”이라며 새로운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한편, SASB는 산업별 ESG 보고 개편에 기후 리스크를 더욱 중요하게 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4월 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77개 산업군 중 68개 산업이 기후에 의해 어떤 식으로든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S&P 글로벌 1200 시가총액의 89%에 달하는 기업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드 파햄은 "기후변화는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면서 "기후 위험이 어떻게 나타나고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SASB 개정안을 통해 기업이 이런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려 한다"고 밝혔다.
SASB는 산업별 중요한 ESG 이슈 표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산업별 공시 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이전 기준으로 자동차 산업에서 제품 품질 및 안전, 공급망 관리 등이 중요한 이슈로 간주됐다면, 이제 정보 공시 기준까지 제시해 주는 것이다. 파햄은 "전통적인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차량, 전기차 등 섹터를 나눠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석유·가스 분야의 경우 사업 모델 다양화에 대한 공시를, 부동산의 경우 물리적 위험을 공시하라고 예고했다.
비재무정보 공시 놓고
회계정보로 반영하려는 IFRS 재단 vs 비재무정보로 공시하는 SASB
헤게모니 싸움 본격 시작
이사회는 또 SASB가 올해 말 가치공시재단(Value Reporting Foundation)을 설립하기 위해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와 대한 진행 상황 공유와 함께 이를 감독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S)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SASB는 CDP, GRI, CDSB(기후공개표준위원회) 등과 함께 공동 보고서를 내는 등 비재무정보 공시를 전방위적으로 통합시키 위한 작업을 주도 하고 있다. 이번 이사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가치공시재단 공식 출범을 위한 실무진을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비재무정보를 회계에 포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IFRS 재단이 “11월 COP26에서 작업 초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ASB 제프리 헤일스 의장은 “많은 조정이 예상되지만, 계획한 시기보다 비교적 빨리 가치공시재단을 출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미국의 SEC과 IOSCO가 ESG 정보 공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규제 기관들은 비재무정보를 회계 정보로 표시할 것인지, 기존 비재무정보로 공시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규제 기관이 어떤 방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어떤 그룹이 ESG 정보 공시 표준을 끌고 갈 것인지 승자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IFRS재단과 SASB 등 글로벌 프레임워크들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양측 간 활발한 교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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