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후공시 방향은 앞으로 120~180일 이후면 윤곽이 드러난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기후 위험을 측정, 완화, 공개하기 위해 120일 이내에 정부 차원의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 관리 예산국은 연방 정부의 기후위험 노출에 대한 평가를 매년 발표해야 한다.
‘기후 관련 금융리스크에 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Climate-Related Financial Risk)’로 명명된 이번 발표는 크게 세 갈래로 구분된다.
우선 지나 매카시 백악관 기후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즈(Brian Deese)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및 관리예산실장과 협의하여 앞으로 120일 내에 기후 리스크를 공개하는 정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서, ▲자산 및 부채에 관한 기후 관련 금융위험 측정, 평가, 완화 및 공개를 위한 연방정부 프로그램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평균 기온 1.5도 상승 제한 및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한 자금조달 필요성 ▲민간 및 공공투자가 이러한 재정적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특히 소외된 지역사회에서) 등이다.
두번째는, 미 재무장관의 역할이다.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다른 위원들과 협력해 ‘기후 관련 금융 위험을 어떻게 정책에 통합할 수 있는지’에 관해 180일 이내에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FSOC 위원에는 제이 파월 연준(Fed) 의장과,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포함돼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FSOC에 기업의 기후 관련 공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 및 이를 위한 시행계획을 보고서에 포함시키라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미 재무장관에 추가로 “FSOC의 재정 안정성 분석의 일부로서, 기후 관련 문제에 있어서 보험회사 감독 및 규제의 격차를 평가하고, 주와 협의해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한 지역의 민간 보험 적용의 중단가능성을 추가로 평가하라”고 요구했다.
세번째는, 저축과 퇴직연금의 리스크 관리에 관한 노동부 장관의 역할이다. 노동부 장관은 180일 이내에 국가경제위원회 및 국가 기후고민과 협의를 거쳐 연방정부 퇴직금에 관한 기후 관련 위험 요인을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특히 퇴직금에서 ESG 요소를 포함한 기후 관련 리스크 요인을 고려하라고 명시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퇴직연기금이 투자 수익률을 희생시키거나 추가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비수익’ 부문에 투자할 수 없다”고 규정해, ESG 요소를 고려하지 못하도록 한 트럼프 정부 시절의 노동부 정책을 뒤집고 있다.
미 기후공시 기준, TCFD인가, IFRS재단 기준인가
미 행정부의 행정명령 발효와 함께 주요 인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특히 세계의 이목은 미국이 기후 공시의 기준(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정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라이언 디즈 위원장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지속가능투자팀을 이끌던 인물이다. 때문에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디즈 위원장이 “미국의 기준을 다른 나라의 기준과 화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영국에서 곧 의무화될 ‘TCFD(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를 채택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주장도 있다. 이는 블랙록 래리핑크 의장이 TCFD 의무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것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곧 공개될 IFRS 재단의 지속가능성 기준 위원회 ESG 프레임워크를 미국이 채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 케리 백악관 기후특사는 지난 4월 “ESG 공개에 관해 미국은 유럽에 동조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U의 규제당국 또한 IFRS 기준과 협력할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실제로 IFRS재단은 곳곳의 지원군을 얻고 있다. SCM(이해관계자 측정 매트릭스)라는 자체적인 공시 가이드라인 구축을 주도해왔던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 증권감독기구(IOCSO)의 지원도 얻어냈다. 최근에는 리피니티브(Refinitiv), S&P글로벌, 블룸버그, 팩트셋, MSCI의 최고 경영자들이 IFRS를 지지하는 공동서한을 발표했다. IFRS재단은 11월 열릴 COP26(세계기후정상회담) 이전에 최종안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 안이 미국의 공시 표준안과 부합할지, 제3의 새로운 형태가 될지 모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