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노조' 인정한 삼성전자
무노조 경영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던 삼성전자가 임직원을 비롯해 투자자, 정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공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사상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 소통채널로 ‘노동조합’을 언급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보고서에 기재한 임직원과의 공식 소통 채널은 노사협의회가 유일했다. 2008년 삼성전자가 첫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발간한 이래로 본문에 '노동조합'의 존재를 인정하는 표현을 담은 것은 올해가 최초다.
전 세계 사업장에 32개 노동조합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에 노조가 존재하는지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해당 국가의 법률에 따라 노동조합과 근로조건을 협상하고 합의된 내용에 대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전문가의 견해도 실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관 BSR은 삼성전자에 대해 “노동인권, 제품의 친환경성, 사업장의 환경 효율성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가 우수하나, 주요 분야별 목표와 이행 현황에 대해 보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삼성의 해명이 담겼다. "삼성전자는 노동조합과 상호 신뢰하는 노사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기 위해 각 노조와 수시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노조의 제안사항을 청취하고 개선 항목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기준으로 단체교섭 진행 경과도 소개했는데, 삼성전자는 "2020년 8월 4개의 노동조합이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회사에 단체협약에 관한 교섭을 요구함에 따라 회사는 정기적으로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국내에 삼성전자 노조 4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자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해명을 해 온 바 있다. ‘무노조’, ‘비노조’ 경영을 하는 이유로 “임직원에 대해 높은 처우와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생각하지 못하게끔 만족스러운 대우를 해주고 있다고 꾸준히 밝혔다.
2011년에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노동 및 인권' 분야에서 노사관계 정책을 소개하면서 “다른 경쟁사에 비해 우수한 근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전 임직원이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1년 앞선 2010년 보고서에는 "종업원과 회사가 서로 협조하며 공동 발전을 추구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 노사정책의 기본방침"이라며 '비조노 정책'이란 표현이 쓰이기도 했다.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선 무노조 경영을 철회하면서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존중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구체적인 활동 내역으로 지난해 8월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신설한 것과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 대상으로 노동3권 보장 관련 예방교육 등이 언급됐다. 또 "노동조합의 원활한 교섭을 지원하기 위해 노조에 사무실을 제공하고 조합원들에게 교섭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해주는 등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TSMC와 인텔, 2030년 탄소감축 목표랑 제시하며 중간목표와 전략 밝혔지만 삼성은...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은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동종업계 타 경쟁사와 달리 감축 목표나 로드맵을 제시하진 않았다. 일례로 가장 큰 경쟁자인 TSMC과 인텔은 RE100 가입을 추진하며 2030년 탄소감축 목표량을 제시하며 중간목표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가 삼성전자의 그린워싱을 지적했듯, 삼성전자의 2020 온실가스 배출량은 1360만8258톤으로, 전년(1114만3405톤)보다 22.12% 늘었다(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자의 2020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의 경우 전년 대비 3%만 증가했지만, 반도체에 대한 호황으로 수요가 늘어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도 덩달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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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개년 탄소 배출량만을 공개했을 뿐, 배출량 증가에 대해서는 “2020년 신규 반도체 제조 라인의 본격적인 가동과 제품 생산량 증가로 탄소 배출량이 증가했다”며 “향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공정가스 처리 효율 향상 및 대체가스 개발, 고효율 설비 교체 등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FT는 “삼성전자의 기후 전환 노력은 에너지 시스템이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 가장 큰 제조공장 중 하나인 한국과 베트남에 달려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베트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내 사업장에 대해서는 “태양광 발전 설비와 지열 발전 설비를 추가로 시행했으며, 2021년부터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추상적인 계획만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