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을 위한 국회 차원의 기본법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31일 국회 본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향후 시나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나라로는 EU, 스웨덴,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캐나다, 일본 등에 이어 세계 14번째다. 산업계는 “너무 빠르다”고 반발하고 시민단체는 “너무 늦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탄소중립 시계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뭐가 바뀌나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한 ‘35% 이상 범위’는 정부의 최종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아니다. 정부는 오는 11월 유엔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기존의 목표치는 2017년 배출량 대비 24.4%였으나, 이번 법안으로 2018년 대비 35%로 바뀌었다.
흥미로운 점은, 각 나라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기준연도가 제각각이다.
유럽연합은 1990년 대비 55%, 영국은 1990년 대비 2035년까지 78% 감축,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캐나다는 2005년 대비 40~45%, 일본은 2013년 대비 46% 감축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에 대해 “일부 국가들은 가장 많은 배출량을 달성했던 연도를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조작의 요소가 있다”며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사고로 인해 화력발전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고조에 달하던 2013년도를 기준연도로 삼았다.
우리나라 또한 기준연도를 기존의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바꾼 것도, 2018년가 1800만톤 정도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축량이 더 많아 보이게 하려는 고육지책이다.
앞으로 정부는 10월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탄소중립위원회에서 확정하고, 이를 유엔에 제출하게 된다.
이 법안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국가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 예산을 책정할 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고려하는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제도’도 도입된다. 산업구조 전환과 산업 공정 개선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대응기금’도 신설된다.
소위 ‘정의로운 전환’이라 불리는 정책 수단도 마련될 전망이다. 석탄기반 혹은 내연기관 산업 등의 피해지역과 계층을 돕기 위해 특별지구 지정, 지원센터 설립 등이 이뤄진다. 지역 온실가스 통계지원, 탄소중립 지원센터 등 지원기반 확충 및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등을 통한 지역 상호간 협력체계도 마련된다.
환경부, 2022년 탄소중립 예산안만 5조원
탄소중립기본법 통과로 분주해진 환경부는 내년도 탄소중립 예산안을 5조원 가량 투입키로 했다. 2022년도 예산, 기금안으로 11조7900억원을 편성해 제출키로 했다고 1일 밝혔는데, 이중 탄소중립 예산만 절반이 넘는다. 전기·수소차 보급, 전기차 무선충전, 충전 인프라 확대,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등의 사업 계획이 잡혀 있다. 환경부는 내년에 새롭게 조성될 기후대응기금(2조5000억원 규모)에도 6972억원을 따로 편성했다.
환경부는 내년 중 수소차 2만8000대, 전기차 20만7000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충전 인프라와 관련, 수소충전소는 올해 56곳에서 내년 100곳으로 늘어난다. 전기 충전기는 초급속의 경우 30기에서 900기로, 완속의 경우 8000기에서 3만7000기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택배회사 등을 대상으로 한 전기차 무선충전 시범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 3456억원을 투입, 노후 경유차 5등급 차량 36만대를 조기 폐차해, 2024년 완전 퇴출을 유도할 방침이다. 매연저감장치(DPF) 부착 지원 대상도 올해 9만대에서 내년 3만5000대로 대폭 줄일 예정이다.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예를 들어 산업단지 열 공급업체가 기존 유연탄 설비를 바이오가스 등 청정연료로 전환하면 비용을 지원해주며, 중소기업 온실가스 감축설비 보조율은 현행 50%에서 70%까지 높이기로 했다.
탄소배출권 시장에 증권사 10곳 가량 참여하나
이와 함께 환경부는 이달 중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제3자(증권사) 참여를 허용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증권사도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환경부는 증권사당 배출권 보유한도를 20만톤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참여 의향이 있는 증권사는 10곳 정도로 초기에는 200만톤 규모에서 배출권이 거래될 것이라고 한다.
1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탄소세 도입을 포함한 에너지 세제 개편 연구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예산정책처는 ‘탄소 중립에 따른 에너지 발전방향 연구’ 외부 용역 입찰 공고를 냈고, 기존 에너지 세제 체계를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방안과 탄소세 등 새로운 세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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