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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가난한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가, 아니면 가난 그 자체가 기후변화보다 더 위험한가.' 

최근 의료계 종사자들의 공동 사설 발표에 대한 뜨거운 논란의 한 대목이다. 발단은 지난 주 전 세계 220여개 주요 의학, 간호학, 공중보건저널의 편집자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공동사설을 일제히 발행한 것 때문이다. 

이들은 사설을 통해 기후 변화와 공중 보건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부유한 국가에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더 많은 재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4일부터 시작되는 제76차 유엔 총회(UNGA 76)에서 의료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의도다.  이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자료를 인용, 기후 변화의 징후들이 심장, 폐, 기타 전염성 질환과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15년 프랑스를 덮친 기록적인 폭염은 약 3300명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들은 기후 변화가 정신 건강에도 해를 끼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신의학협회에 따르면 폭염, 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 사건들은 더 많은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한다. 2019년 발표된 기후 변화에 대한 한 연구는 기온 상승과 자살률 증가를 연관시켰다. 

의학 저널 편집자들은 "우리의 건강은 이미 지구 온도 상승과 자연 파괴로 인해 해를 입고 있다"면서 "기후 변화의 완화 및 적응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될 예정인 COP 26.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될 예정인 COP 26.

 

WSJ, '기후 로비에 동참하는 의사들'이란 사설 별도 게재

하지만 이번 공동사설에 대한 비판 의견도 함께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WSJ(월스트리트저널)은 의학 저널들의 공동 사설이 발표된 후 '기후 로비에 동참하는 의사들(Doctors Join the Climate Lobby)'이란 사설을 별도로 게재하기까지 했다.  

WSJ는 "이번 공동 사설은 9월 14일 유엔 총회에 참가하는 세계 지도자들과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모일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 편집진은 "지질학자들이 암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듯, 의학분야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세계 공중 보건을 향상키기 위해서라면 정부가 백신 등과 같이 돈을 쓸 수 있는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썼다. 

WSJ는 또 "사설은 최근 발표된 날씨와 건강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메타 분석을 인용했지만, 대부분의 상관관계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비만 인구와 기온 상승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해서, 더위가 사람들을 더 뚱뚱하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WSJ에 따르면 의료계 전문가들이 "지구 온난화가 주요 작물의 세계 수확 잠재력의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과 달리, 농업 관행 개선, 식물 유전학, 이산화탄소 수치 증가에도 실제 농작물 생산량은 증가해 왔다. 

WSJ는 "기후변화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것은 가난"이며 "가난한 나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부유해지는 것인데, 이는 기술적 해결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화석연료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학저널의 궁극적인 목표는 11월에 있을 COP26 이전에 사람들을 겁주고 더 많은 소득 재분배를 위해 로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요점을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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