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보니
에너지세제와 연계 도입 필수, 배출권거래제 중복규제는 어떡하나
2030 탄소배출 50% 감축, 기후위기 문제를 헌법 전문에 넣는 개헌, 탄소세 도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청년·청소년 기후활동가들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공약이다. 탄소세 도입과 관련, 이 후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있어,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으면 2~3년 뒤 엄청난 무역장벽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 1톤당 8만원을 부과해 64조원을 마련,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탄소세와 기본소득을 연계하는 방안이다.
국내에선 이미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실시되고 있는데, 탄소세까지 이행되는 건 어떤 의미일까. 둘 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정책수단이지만,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ETS)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배출권을 할당하고, 사업장끼리 잉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다. 쉽게 설명하면 ‘오염행위 권리를 거래하는 것’으로, 정부가 일정량의 오염물질 배출권리를 기업에 할당하고, 감축목표를 달성해서 배출권이 남으면 팔아서 돈을 벌 수도 있다(물론 할당량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 기업은 사와야 한다). 인센티브가 있으니 기업은 감축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경제 원리를 이용해 탄소(온실가스)를 줄이는 제도다. 때문에 이를 ‘캡&트레이드(Cap-and-Trade)’ 방식이라 부른다.
반면, 탄소세(Carbon Tax)는 탄소를 함유한 제품이나 물질 등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세목으로, 휘발유 등 에너지원에 대해 일정액을 과세하는 현행 에너지 세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국회예산정책처, "탄소배출 많은 경유, 휘발유보다 낮은 세율 적용받아 "
지난 7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탄소세 논의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에너지 관련 세제가 운영중이지만,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라며 “이뿐 아니라 환경 및 기타 외부비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 예를 들어 경유가 휘발유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지만, 현행법상 경유(리터당 375원)가 휘발유(리터당 529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고 밝혔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는 전 세계 25개국이며, 스웨덴은 톤당 119달러라는 세계 최고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1달러 미만으로 최저 탄소세를 적용한다. 2019년 기준 OECD 탄소배출량 상위 5개 나라인 미국, 일본, 독일, 한국, 캐나다 중 일본과 캐나다에서만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편,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한 곳은 전 세계에서 10여개에 불과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프랑스와 호주에선 조세저항이 발생했기 때문에, 북유럽 국가의 경우 직접세 등의 감면, 배출권거래제와의 중복 규제를 최소화하는 등 조세부담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했다”면서 “2022년 1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의 일몰 종료가 예정되기 때문에 탄소세를 도입할 때 기존 에너지 세제의 통합, 유지 등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재부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연구용역, 연말 무렵 나올 예정
한편,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는 지난 4월 공동으로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발주했다. 올 연말이면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발간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국경탄소조정을 포함한 탄소세 논의와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세는 에너지세와 과세대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탄소세와 에너지세를 연계해 도입해야 하며, 징세 효율성을 위해 생산 유통단계에서 과세 가능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다수의 국가가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를 함께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ETS를 적용받는 사업자들에게는 탄소세를 면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황”이라며 “OECD는 각국이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정책수단으로서 탄소세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탄소 집약적인 업종의 영업이익률 하락 및 경쟁력 저하, 탄소규제가 약한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는 탄소 누출(carbon leakage) 등이다.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필요한 탄소 가격은 2030년까지 탄소 1톤당 50~100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프랑스에선 2018년 유류세 인상 반대 대규모 시위인 '노란조끼 시위'가 발발하면서 인상을 유예했고, 호주는 2012년 탄소세 도입 후 소비자 부담이 늘아면서 시행 2년만에 폐지했다"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탄소세 감면, 탄소세수를 활용한 저소득층 지원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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