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수입품에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처럼 탄소를 많이 사용하는 고에너지 소비사회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중략)... 탄소세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대전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관리할 정부 기구도 필요합니다.”
지난 17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SNS에 올라온 글이다. 14일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 지사는 유력 대선주자 중에서 일찌감치 '기본소득 탄소세 도입'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발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탄소세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정의로운 전환이 특징인 ‘탄소세법’을 6월 1일 발의했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지난 3월 12일 ‘기본소득 탄소세법’을 발의했다.
이 지사의 말처럼, 탄소세는 과연 탄소국경조정제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탄소세 도입 논리
탄소중립 발생 수익...우리가 쓰자
EU는 지난 14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중심으로 한 ‘핏포55(Fit for 55)’ 입법 패키지를 발표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쉽게 말해, EU와 교역할 때 EU 상품 생산 시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비EU 수입품 탄소 배출량이 더 많으면, 초과분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certificate)'를 사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시장 메커니즘을 작동시켜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ETS와 일맥상통한다. ETS는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cap)을 국가가 설정해주고 대상 기업에게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배출하도록 배출권을 준 다음, 남거나 부족하면 사고팔도록 하는 것이다. 돈 주고 배출권을 사지 않으려면 온실가스를 줄이려 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제도다.
CBAM 또한 비EU 국가의 기업이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탄소가격 차액만큼을 EU에 세금처럼 내야 한다. CBAM을 통해 창출된 수익은 EU로 들어간다. 미국도 13일 사실상 탄소국경세인 ‘오염 유발국 수입세’ 부과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법이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과 교역할 때도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리가 선제적으로 탄소세를 도입하면 탄소세로 창출되는 수익은 외국이 아니라 한국 정부로 모이게 되니, 탄소중립으로 인해 발생한 잉여 수익을 한국의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세금 수입을 기재부는 ‘기후대응기금’, 용혜인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 장혜영 의원은 ‘정의로운 전환’에 사용하자는 논리가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탄소세를 "탄소배출 부담금을 모아 공평하게 나누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기본소득 탄소세가 일석오조의 효과가 있다며, ▲화석연료 사용량 감소로 탄소제로에 기여 ▲산업분야의 기후변화 대응에 유용 ▲증세 저항 최소화 ▲소득불평등 완화·부의 재분배 역할 ▲지역화폐로 기본소득 탄소세 지급시 골목경제 활성화를 탄소세 추진 이유로 제시했다.
탄소세 도입의 해결과제는?
"중복 과세 피해야"
하지만 탄소세가 탄소국경조정제도의 대항마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충족해야 할 조건이 여럿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NABO 추계&세제 이슈 (2021년 Vol.2 제15호)’ 중 ‘탄소세 논의 동향’에 따르면, 탄소세는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장혜영 의원이 1일 발의한 탄소세법이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세금을 매기는 이유다. 장 의원의 발의안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톤당 50달러(5만 7581원, 2022년)부터 최대 100달러(115만 1625원, 2030년)의 세금이 책정된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탄소세 시행에 있어서 ▲급격한 세 부담 증가 ▲배출권거래제와의 중복 규제 문제 ▲조세저항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2020년 5월 기준 25개국이 탄소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각국은 배출권거래제와 중복 과세를 피하고자 직접세 감세, 감면 등의 조치를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다른 문제는 소득 역진성이다. 소득 역진성은 에너지나 상품 가격 상승으로 저소득층이 피해 보는 것을 말한다. 탄소세는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폐지되면서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세금부담이 유류비 등 생활 소비재 물가 상승으로 부가될 경우 이를 온전히 국민 부담으로 져야 할 수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김재진 원장은 지난 30일 ‘2050 탄소중립정책 포럼’에서 탄소세를 "기업들의 RE100 가입 등 탄소중립으로 가는 강력한 동인"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세 도입으로 시장 원리에 따라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탄소 배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김 원장은 정책과 더불어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노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실패했던 사례가 프랑스 유류비 인상안으로 발생했던 노란조끼 운동이다. 마크롱 대통령 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지는 바람에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유류세 인상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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