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2024년까지 기업의 재무정보와 지속가능성(ESG)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전자공시 시스템인 ‘ESAP(European Single Access Point)’를 설립할 방침이다. 유럽 단일접속지점으로 불리는 ‘ESAP’는 EU 기업들의 재무, 비재무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공시 데이터 플랫폼이다. 19일(현지시각) EU의 ESAP 문서초안이 파이낸셜타임즈(FT)를 비롯, 일부 언론에 유출되면서 이 플랫폼의 방향과 일정 등이 공개됐다.  ESAP는 2024년 12월까지 유럽증권감독기구(ESMA)에 의해 설립될 예정으로 보인다.  

 

EU, 자본시장 통합 통해 유로화 영향력 확대 노려 

유럽연합이 2024년까지 기업의 재무정보와 지속가능성(ESG)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전자공시 시스템인 ‘ESAP(European Single Access Point)’를 설립할 방침이다./ 픽사베이
유럽연합이 2024년까지 기업의 재무정보와 지속가능성(ESG)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전자공시 시스템인 ‘ESAP(European Single Access Point)’를 설립할 방침이다./ 픽사베이

 

EU는 왜 이같은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FT는 “영국이 브렉시트로 EU를 떠난 이후 EU는 자본시장을 통합하고 유로화를 전세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왔다”며 “EU는 그동안 470개가 넘는 거래플랫폼으로 자본시장이 파편화돼있었으며, 오래 전부터 통합을 구상해왔지만 데이터 공급이 느리고 증권사들이 자료 제공을 거부해 계속 실패했었다”고 밝혔다. 

즉, 이번 조치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EU의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끌어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EU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EU의 주식시장을 정확하게 볼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총 비용이 연간 106억 유로(14조원)에 이른다.  

EU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상장기업의 공시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에드가(Edgar) 시스템’이다. 미국 SEC는 1934년부터 분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 중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수시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1970년 통합공시제도인 에드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원이 운용하는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 또한 이 에드가를 본떠서 만든 것이다.  

 

제3자 ESG데이터 의존도 높아 투자자 불만

특히 EU의 ‘EASP’는 기업의 재무정보 뿐 아니라 비재무정보에 해당하는 ESG 공시데이터까지 포함하는 통합 정보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지속가능성(ESG) 데이터의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EU 그린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EU의 기업 비재무정보 공개 의무화에 해당하는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도 연계할 수 있다는 복안이 깔려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얘기다. 

책임투자미디어 RI는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기업이 보고한 ESG데이터가 부실한데도, EU의 지속가능투자 정보 공개 요구가 확대되면서 제3자 ESG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제3자 데이터 제공기관의 이해상충 이슈 등 불만이 많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ESAP 설치를 강력히 권고한 것은 지난해 6월 10일 발표된 유럽위원회 ‘자본시장연합(CMU)’이었다. 이들이 발간한 보고서에는, EU 자본시장의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17가지 긴급조치 중 하나로 “ESAP를 만들라”는 권고가 담겨 있었다. 

ESAP에 공시될 공개규칙은 EU의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에 따라 우선 대기업에만 적용되며, 중소기업은 ESAP에 ESG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도록 한다고 RI가 밝혔다. 

또 EU는 데이터 제공자들에게 표준화된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며, 데이터의 형식은 머신러닝이 가능한 디지털 형식을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같은 전자공시 플랫폼은 지금까지 고가의 데이터 제공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소규모 자산운용사 및 은행, 소매 중개플랫폼 등에게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EU 외부의 글로벌 기관에서도 앞으로 ESAP를 통해 EU 기업의 재무, 비재무 정보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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