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최근 “금융 및 지속가능기업 정보를 위한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자”는 입법제안을 최근 종료했으며, 시장으로부터 대체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까지 입법제안 기간을 끝낸 이번 입법제안은 ‘유럽 단일접속지점’의 준말인 ‘ESAP(European Single Access Point)’라고 불린다. 개정을 앞두고 있는 유럽 비재무정보공개지침(NFRDㆍ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에 따라 EU 기업들이 제공한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공개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투자자들과 금융권 등이 보다 투명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EU 입법제안문서(single EU access point for company information)에 의하면, “이 이니셔티브는 금융 및 비금융 기업 정보에 관한 EU 단일 접속지점으로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기업에 과도한 부담 없이 투자자들은 웹포털이나 다른 수단을 통해 빠르고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데이터는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식(machine-readable format)으로 제공돼, 사용자가 데이터를 보다 쉽게 비교하고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자산운용사 및 투자자, 금융기관 등은 “기업들이 보고하는 ESG 데이터들의 차이로 인해, EU의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이 도입한 새로운 공시규제인 지속가능금융공시(SFDR,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s)를 준수하기가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해왔다.
때문에 지난해 6월 10일 발표된 유럽위원회 고위급포럼의 CMU(자본시장연합) 최종보고서에는 EU 전체에 해당되는 ‘단일접속지점’을 만들라는 유럽위원회의 권고가 실려 있었다. 해당 보고서에는 유럽연합이 자본시장의 가장 큰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긴급히 시행해야 할 17가지 조치가 적혀있었는데, 이중 하나가 바로 현재 EU 전역에 흩어져있는 금융 및 기업 지속가능 관련 데이터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6월 9일 유럽은행연합, 연금유럽(Pension Europe) 등 6개 기관투자자 등은 공동서한을 통해 “EU가 ESG 데이터에 관한 중앙 집중화된 레지스터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ESG 데이터 가용성은 파리 협정과 유럽 그린딜의 목표를 더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 데이터는 비교하기 어렵고, 신뢰도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더욱이 제3자 제공업체의 ESG데이터는 소규모 금융시장 참여자, 연구자, 학계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어 구매할 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입법안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받은 이번 협의 과정에서, ‘인슈어런스 유럽(Insurance Europe)’은 “ESAP를 지속가능금융공시(SFRD)와 EU 택소노미(녹색금융분류법)와 연계하면, 수많은 규제기관에서 제각각 요구되는 정보수요를 없앨 수 있어서 기업(데이터 제공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이뿐 아니라 데이터에 대한 장벽과 비용을 낮추면서도, 정보의 비교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찬성 의견을 밝혔다.
또다른 측면에서 ESAP는 제3자 데이터 제공자의 지배력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보았다. 독일 펀드매니저를 대표하는 BVI(German Investment Funds Association)는 이 플랫폼이 “지난 몇 년간 ESG 데이터 측면에서 시장 집중도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상용 데이터 공급자로부터 ESG정보를 구입해왔는데 이에 대한 필요성을 줄일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독일 리테일 펀드가 보유한 자산의 약 43%가 EU 외부에 투자된다. 기관투자자는 53%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유럽 ESG펀드의 약 30%가 글로벌기업에 투자한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는 MSCI 세계 지수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 ESAP를 설정하면, 기성품 ESG데이터를 구매할 필요가 줄어든다. 최근 주요 ESG데이터 및 제공자(MSCI, 모닝스타, ISS-ESG, Vigeo-Eiris)는 현재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거나 미국 회사 소유다. 이 상황은 데이터의 품질과 신뢰성에 영향을 미친다.(중략).”
이뿐 아니라 셰어액션(ShareAction), 보쉬, 오스트리아 연방경제회의소 등 다수의 의견제출기관은 ESAP를 통해, EU 역외의 기업들, 중소 EU기업 및 비상장 EU 기업 등 현재 비재무정보공개지침(NFRD)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기업의 자발적 공시를 장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모두 데이터의 형식과 관련, 기계 읽기가 가능한 디지털 형식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올해부터 금융공시에 관한 EU의 개정 지침 규정과도 일맥상통한다.
ESAP를 설립하는 입법안은 올 3분기에 상정될 예정이며, 기업 비재무정보공개지침의 개정안은 3월까지로 예정돼있다. 이같은 ESG 공공 데이터 포털이 오픈되면, ESG 시장 생태계는 또 한번 출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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