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상장기업의 감사인들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비영리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30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수행한 조사를 통해 349개의 영국 상장 대기업 중 3곳만이 90% 이상 주주 찬성으로 기후 위기와 관련해 감사를 재임명했다고 발표했다.
16개 자산운용사 중 슈뢰더스와 사라신앤파트너스만이 영국100대상장기업(FTSE100)의 감사 선임을 반대하거나 보류했으며, 특히 사라신앤파트너스는 감사인 선임 투표 시 기후 변화 관련 이슈를 구체적으로 밝힌 유일한 곳이었다.
FTSE100 기업뿐 아니라 주요 석유기업의 90% 이상 주주들이 감사 선임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세계 최대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뱅가드는 FTSE100 및 FTSE250 기업을 보유한 감사인에게 투표를 했지만 블랙록은 고탄소 배출기업의 단 한 명의 감사인에게만 반대표를 던졌다. 뱅가드 역시 석유기업 바스프를 제외한 나머지 고탄소 기업 감사에 대한 공개 투표에서 모두 찬성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린피스 수석 프로그램 고문인 찰리 크로닉은 “석유기업들과 감사들은 파리 협정 목표를 사업 계획 및 재무제표에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며 “영국 250대 상장기업 중 4%만이 감사인이 기후 변화를 의사결정 요소에 고려하는지 여부를 감사보고서를 통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한 기업의 감사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규제당국은 투자자들에게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며 “기업들도 감사들의 기후 대응을 감시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기후 관련 금융 공시에 관한 태스크포스(TCFD)와 연계하여 기업 비재무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책은 기업의 기후 책임을 주로 투자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기업과 투자자의 노력만으로는 기후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으며, 영국 주주들이 감사인들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실제 감사 교체나 재신임을 위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린피스는 기업과 감사인이 기후 리스크를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특정 의무 정책'을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이 파리협정목표를 기업 전략과 일치하는지, 재무제표 계정에 반영했는지 등을 명시하고, 나아가 기후 목표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회계처리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대한 보충 공시를 재무제표에 함께 공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린피스는 또 "주주들은 기후 리스크 통합을 감사 임명투표나 감사들의 감사 수수료 및 감사비를 측정하는 평가 기준으로 도입하고, 기후 위기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감사인에게 요청하는 주주 결의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요 기후변화 정보를 감사 보고서나 재무제표에 통합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감사위원장이나 감사인 재임용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스튜어드십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