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ESG 관련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는 15일(현지시각)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의 권고에 따라 기업들의 기후 관련 정보 공개 및 다양성 공시를 의무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2022년 시작되는 회계연도부터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준수 혹은 설명(comply or explain, 의무사항을 지키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설명해야 함)' 원칙에 따라 기후와 다양성 공시를 해야 한다.
기업 거버넌스자문위원회(CGAC) 조사결과, 싱가포르 상장기업 58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는 모두 남성인 이사회를 갖고 있었고, 3700명의 이사진 중 87%가 남성들로 구성돼있었다.
한편, 글로벌 의결권 자문업체인 글래스루이스는 내년 주주총회에서 여성 이사가 없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국내 대기업의 이사 선임 안건 등에 반대 의견을 내기로 했다. 글래스루이스는 ISS와 함께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꼽히는 회사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역시 ‘30% 이상의 다양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기업의 경우 여성 이사는 최소 2명 이상, 영국 기업의 경우 이사회 멤버 33% 이상을 여성 이사로 선임할 것을 강조했다. 다만 꼭 여성이나 인종으로 다양성을 한계 지을 필요는 없으며 소수 민족, 성소수자, 장애인, 퇴역군인과 같이 각 나라의 문화와 규제에 맞는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개정된 자본시장법과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2022년 8월부터 자산총액 2조 이상의 상장 기업은 이사회를 전원 남성 혹은 여성으로 구성할 수 없게 된다. 글래스루이스와 블랙록 모두 법령이 발효되기 이전인 연초의 주주총회에서부터 다양성 이슈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상장법인 성별 임원 현황 조사 결과, 상장법인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 5.2%에 불과하고 사내이사로 한정하면 여성 비율이 4.6%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여성이사의 비율이 30%가 넘는다.
한편, 15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임원 총 93명 가운데 여성 경영진은 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 임원진을 확보한 경우도 있지만 여성의 경영 참여가 ESG 경영 주요 평가 요소로 떠오른 상황에서 더딘 행보라 할 수 있다.
블랙록의 글로벌 책임 투자 총괄인 산드라 보스는 ‘2021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컨퍼런스’ 강연을 통해 “여성 이사 비율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직결돼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