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수와 비율 증가 추세
2022년 8월, 국내 기업의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 시행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수 증가는 기업의 ESG 경영과 관련한 다양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픽사베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수 증가는 기업의 ESG 경영과 관련한 다양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픽사베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100대 기업의 전체 임원 수가 200명 넘게 감소한 데 비해, 여성 임원 수는 40명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인 유니코써치가 27일 발표한 ‘2021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은 322명으로 지난해 286명보다 36명 늘어났다. 100대 기업의 전체 임원 수가 지난해 6871명에서 올해 6664명으로 200명 넘게 줄어들었는데, 여성 임원 수는 40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여성 임원 수 55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여성 임원 22명을 보유한 CJ제일제당, 3위는 여성 임원 17명을 보유한 네이버였다. 그 뒤는 아모레퍼시픽(16명), 현대자동차(15명), 삼성SDS(13명), KT(10명) 순이었다. 이중 현대자동차는 2019년 4명이던 여성 임원의 수가 올해 15명으로 늘어나 눈길을 끌었다. 관련 업계는 현대자동차의 여성 임원 수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증가하면, 앞으로 1~2년 내 여성 임원을 다수 보유한 기업 톱 3위권에 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국내 100대 기업의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은 4.8%인데, 이는 2019년(3.5%), 2020년(4.1%)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한 수치였다.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여성 비율은 23.2%였다. 여성 비율 22.4%인 CJ제일제당이 2위를 차지했고, 삼성SDS(14.8%), 네이버(13.9%), KT(11.1%)가 뒤를 이었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322명 중 사내이사로 이사회 멤버로 활약 중인 여성 임원은 4명에 불과했다. 호텔신라 이부진(1970년생) 사장을 비롯해 네이버 한성숙(1967년) 대표이사, CJ제일제당 김소영(1972년) 사내이사, 롯데칠성음료 송효진(1976년) 상무보 등이다. 대주주 가문을 제외하고 100대기업 중 사장급 이상 임원은 네이버 한성숙(1967년) 대표이사 사장이 유일했다.

여성 임원 10명 이상인 기업들

관련 업계는 이같이 기업의 여성 임원이 증가하는 것을 두고 기업의 ESG 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국내 기업에 ESG 경영 열풍이 불면서 지역・성별・출신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 ‘다양성’ 항목이 중요해지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은 물론 일반 임원과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 인재 선호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 여성・인종・장애인 등으로 다양성 범위 넓혀가

투자기관들이 기업의 ESG 경영과 관련해 다양성 항목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 역시 기업의 여성 임원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은 흑인 및 다양한 인종을 더 많이 고용하고, 더 많은 여성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기업에 대출 이자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뱅가드는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거나, 노동・인권・환경・반부패 등 유엔(UN) 글로벌 임팩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핵심 원칙이다. 뿐만 아니라 블랙록과 뱅가드는 기업들에 여성 이사진을 30% 확보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도 기업의 여성 임원 증가와 관련 있다.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 상장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 의무화를 도입하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오는 2022년 8월부터 국내 기업의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사회에 여성 이사가 전무했던 국내 대기업들은 법 시행 이전임에도 잇따라 여성 이사들을 선임했다. 이는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기업 147곳 중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한 기업이 45곳이었고, 올해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기업 152곳 중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한 기업이 85곳으로 25.3%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는 여성 이사 의무화제도를 시행하기 전인데도 여성 이사 비율이 한 해 동안 25%포인트 증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기업의 ESG 경영과 관련해 다양성 항목이 중요해지면서 다양성에 관한 보고서를 따로 발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구글은 2019년에 구글 ‘다양성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고, IBM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다양성과 포용성 부문을 보고해왔다. 우버는 지난해부터 ‘사람과 문화 보고서’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공개해 흑인・아시아인・이민자・종교・여성 각각의 다양성 주제에 대한 소식과 의견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3M은 올해 ‘글로벌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 보고서’를 발간했고, 넷플릭스는 올해 업계 최초로 자사 콘텐츠 306건을 분석한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여성은 물론이고 인종, 장애인, 성소수자 등으로 다양성의 범위를 넓혀가며 형평성과 포용성을 증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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