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자산운용(Goldman Sachs Asset Management, GSAM)이 자사 대리 투표(proxy voting) 정책에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 이사회 또는 감사위원회에 반대 투표 등 강력한 입장을 취하는 내용을 업데이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다.
2조5000억 달러(3068조원)를 운용하는 골드만삭스는 정책 업데이트에 따라, 앞으로 개최되는 전세계 기업 연례 회의에서 탄소 배출 보고 및 관리를 이행하지 않는 이사회에 대리 투표를 시행할 방침이다.
규제 차이 등으로 지역별로 약간씩 차이가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골드만삭스는 투자 기업이 ▲SASB(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또는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에 준하는 기후 공시가 이뤄지고 있는지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리스크나 기회가 대응되고 있는지 ▲사업 운영 지역에 기후 관련 위반 사항이나 벌금을 받은 일이 있는지 등을 검토해 충분히 이행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맡고 있는 이사 선임 반대 등 대리 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업데이트 된 기후 대리투표 정책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 공시 의무화 공개 직후 발표된 것이다. 현재 최종 채택을 위해 대중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는 기후 공시 규제안은 2023년 회계연도부터 기업이 단계적으로 스코프1, 2, 3 배출량을 포함하여 기후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SEC의 기후공시 채택보다 앞서서 투자 기업에 기후 데이터와 정보를 요구하려는 이유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 기업의 탄소 배출량 보고 진행을 선도적으로 촉진하고,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투자자 압력에 대응하려는 데 있다.
캐서린 위너(Catherine Winner) 골드만삭스 글로벌 스튜어드십 책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SEC 규정이 시행되기만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며 보다 앞서서 기후 데이터를 투자 기업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골드만삭스는 투자자와 주주들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요구를 거세게 받고 있다. 지난해 연말,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웰스파고(Wells Fargo),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6개 은행은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에 대한 자금 조달 중단’의 내용을 담은 주주안건을 종교간기업사회책임센터(ICCR) 등으로부터 받은 바 있다.
주주 안건이 공개되자, JP모건은 탄소감축 목표 설정과 더불어 향후 10년간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재생에너지 등 지속가능성 분야 조달 확대를 약속했고, 웰스파고는 기후위기 대응 중점 비즈니스 및 사업에 5000억 달러(613조원) 자금 조달 계획을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4월 28일 개최되는 연례회의에서 새로운 화석연료 자금 조달 중단을 요구하는 주주 결의안은 상정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기후 대응에 대한 주주 압박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후공시 의무화 분위기에 발맞춰 투자기업에 기후 데이터 공개 등을 요구하는 기후 대리투표 정책 강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 의사결정에 기후 대응이 필수 요건으로 반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골드만삭스는 보다 투명한 기후 데이터 확보를 위해 대리투표 정책을 업데이트한 것으로 보인다. 캐서린 위너 책임자는 “골드만삭스 내 투자팀은 기후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때때로 잘못된 제3자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기업이 직접 제시하는 투자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골드만삭스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10대 원칙을 위반하고 대응 조치가 미흡한 기업에게도 반대 대리투표를 시행한다는 내용을 정책 업데이트에 반영시켰다. UNGC는 반부패 · 인권 · 노동 ·환경 등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10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기후 대응과 형평성을 강화한 대리 투표 정책을 지난해 12월 발표해, 지난달부터 적용해 오고 있다. ISS는 ▲이사회의 기후 책임 ▲기후 목표(제안)에 대한 경영진 지지 ▲기후 목표(제안)에 대한 주주 지지 등 3가지 측면에서 정책을 강화했다.
먼저, 이사회의 기후 책임은 공시와 목표 채택에 중점을 뒀다. ISS는 이사회 책임 아래 기업이 TCFD에 따라 기업 기후 전략, 리스크 관리 분석, 지표 및 목표를 포함하는 기후 리스크, 이사회 거버넌스 조치 등을 자세히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2022년에는 스코프3까지는 요구하지 않지만, 스코프1,2 범위 내에서 기업 수준에 맞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가 이사회 레벨에서 구축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가 수립되면 경영진은 기업 내부와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위한 노력과 그에 따른 공시를 엄격하게 이행해야 한다. 또, 기업의 기후 공시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제3자 기관으로부터 투명성을 검증받아야 하는 등 경영진의 기후 목표 이행과 엄격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게다가 기업은 주주에게 탄소 배출량 감축 수준, 목표, 계획 등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승인 또는 비승인을 받아 지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정책은 CA100+의 167개 기업에 적용되며, 기업이 최소한의 조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이사, 이사회 의장 등 각 기업의 관련 책임자에 대한 반대 또는 기권 투표를 권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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