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을 위한 비건(Vegan) 사료를 들어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지속가능미디어 코퍼레이트나이츠는 "애완동물 사료회사들에 대한 관심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트렌드를 4일(현지시각) 전했다.
애완동물 사료를 식물성 제품으로 만든 이유는 바로 '비만' 때문이다.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유럽반려동물수의사연합(FECAVA), 영국소동물수의사회(BSAVA) 등 수의학 전문기관에서는 애완동물의 비만을 질병으로 최근 인정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비만은 물론 당뇨병과 하부 요로계 질환 및 관절염과 같은 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수명을 2.5년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끈 최근의 획기적인 거래는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기후정상회담(COP26)에서 이뤄졌다. 미국 콜로라드의 소규모 애완동물 사료 제조업체인 '본드 펫푸즈(Bond Pet Foods)'가 세계 최대 규모의 애완동물사료 제조회사와 거래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본드 펫푸즈는 콜게이트-파몰리브의 자회사인 '힐스 펫 뉴트리션(Hill’s Pet Nutrition)'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고기 단백질을 개발하기로 했다. 본드사는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동물성이 없는 실험실 배양 닭고기 단백질을 개발한 회사로 유명하다. 이는 고기가 들어가 있지 않은 애완동물사료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최근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난해 9월, 또 다른 애완동물사료 제조업체인 '와일드 어쓰'(Wild Earth)는 배양육(cell-based meat) 사료를 개발하는데 2300만 달러(27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그 이후 와일드 어쓰는 다른 투자자로부터 추가로 1620만 달러(194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인사이트 파트너스(Insight Partners)의 조사에 따르면, 애완동물용 비건 사료 시장은 2021년 90억달러(10조7000억원)에서 2028년 167억달러(2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애완동물 주인이 비건인 경우와 식물성 식단 자체가 증가하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이뿐 아니라 애완동물 사료회사들 자체도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UCLA대학의 2017년 연구에 의하면, 고양이와 개에 의해 소비되는 육류에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는 1년 동안 미국에서 대략 6400만톤이나 된다고 한다. 이는 1년 동안 1300만 대의 자동차를 운행했을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다.
미국에서 육류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25-30%는 애완동물 때문에 만들어진다고 한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미국의 애완동물이 소비하는 육류의 양은 세계에서 육류소비 5위 국가의 소비량이 된다고 한다.
또한 비건사료는 동물 사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토양 및 수질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물론 한편에선 비건 사료가 모든 애완동물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개의 경우 잡식성이어서 비건 사료를 먹여도 크게 문제가 안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많다. 실제로 개를 키우는 동물애호가들이 비건 사료에 가장 큰 호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양이의 경우 육식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고양이한테는 비건 사료가 부적절하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비건 사료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미국 샌디에고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애완동물사료 제조업체 내츄럴 밸런스(Natural Balance)는 배우 겸 동물복지 운동가인 딕 반 패튼이 1989년 설립한 회사로, 현미와 귀리, 보리, 완두콩 등의 원료로 만든 비건 제품을 내놓았다. 브라이언 코놀리 CEO는 "식물성 제품이 전체 개 사료 포트폴리오에서 최고로 우수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미국기업 브이-도그(V-dog: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V-planet으로 알려져 있다)는 고기가 들어있는 사료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식물성 사료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한편, 식물성(비건) 사료는 유기농 렌틸, 완두콩, 감자 등을 포함한 재료로 만들어지며,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의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AAFCO는 미 농무부와 캐나다 식품검사국 등이 포함된 주 및 연방 비영리 회원들의 협회다. 식물성과 달리, 실험실에서 재배한 비건 사료는 아직 대부분 개발 단계에 있다. 지난해 8월 필라델피아 소재 스타트업인 '비코즈, 애니멀(Because, Animals)'은 실험용 사냥쥐 고양이 사료쿠키를 세계 최초로 발표하기도 했다.
IBM의 비즈니스 밸류연구소(Institute for Business Value)가 2020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60%가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쇼핑 습관을 바꾸겠다고 답했다. 애완동물 사료산업에서도 비건 열풍이 더 성장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