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친환경 해양기술 부문에 2억6백만 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다./ 픽사베이
영국 정부는 친환경 해양기술 부문에 2억6백만 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다./ 픽사베이

영국이 조선업계 활성화 전략 일환으로 친환경 해양기술 부문에 2억600만파운드(3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입된 자금은 해운업계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연구개발과 한국, 중국, 일본이 지배하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FT는 “영국 정부가 대규모의 자금 투입을 결정한 이유는 수십년 전 자리를 내준 글로벌 조선소 명성을 되찾기 위함이 아니라 고수익의 친환경 해양 기술을 확보하기 위함에 있다”고 풀이했다.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을 거치며 조선 산업의 선도 국가로 우뚝 선 영국은 1890년대만해도 조선점유율이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기술력 저하, 대규모 시설투자 축소, 고임금 등 뒤섞인 문제에 직면해 1980년 말 영국의 점유율은 0%로 떨어지게 됐다. 규모 수준에서 한중일 조선소를 능가하는 것은 사실상 한계일 수 있기 때문에, 영국 정부는 선박에 적용되는 친환경 혁신 기술에 주목하기로 한 것이다.

로버트 코츠(Robert Courts) 영국 교통부 차관은 “선체도 중요하지만, 선박에 들어가는 기술 시스템은 매우 중요하다”며 “영국을 친환경 해양 시스템의 세계 리더로 만들겠다”고 기술 중점 투자 계획을 강조했다. 

그 가운데, 이미 친환경 선박기술을 보유 중인 ‘실버스트림 테크놀로지스(Silverstream Technologies, 이하 ‘실버스트림’)’ 등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0년 런던에 설립된 실버스트림은 공기윤활 기술 등 혁신적 청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자사의 공기윤활 기술은 세계 최대 해상물류기업인 머스크(Maersk)를 비롯해 MSC, 로얄더치셸(Shell), 프린세스 크루즈(Princess Cruises) 등으로부터 1억 달러(1210억원) 이상의 주문을 받기도 했다. 공기윤활 기술은 선체 하부에 바닷물과의 마찰을 줄이기위해 선체에서 공기를 배출하는 기술로, 이 기술이 선박에 적용되면 어느 선박이든지 5~10% 에너지 소모율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바 테크놀로지스(Bar Technologies)’도 영국정부의 투자로 수혜를 볼 기업으로 꼽힌다. 바 테크놀로지스는 카길(Cargill), 야라(Yara) 등과 협력해 풍력 기반의 보조 추진체계가 탑재된 차세대 벌크선을 올해말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바테크 윈드윙스(BARTech WindWings)'로 명명된 선박 위에는 45미터의 대형 돛이 세워져 보조 추진 기능을 수행하게 되며, 연료소비를 최대 30%까지 감소시키는데 일조할 전망이다.

 

영국 해양업계, "친환경 기술 중점 투자도 중요하지만 제조기반 지원도 필요해"

하지만 기술에 중점 둔 영국 정부의 투자 계획에 해양업계는 제조기반 지원도 동시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양기술업체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스(Artemis Technologies)의 이안 퍼시(Iain Percy)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투자 계획에는 “선박의 설계, 건조, 유지 관리에 대한 부분은 빠져 있다”면서 “해양 녹색 기술을 보유한 공급업체가 전문지식을 제조업으로 이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영국은 지난 10년 동안 해상풍력 발전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로 자리 잡았지만,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국내 제조 기반을 구축하지 못해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이안 퍼스 CEO는 친환경 선박 기술도 이와 같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안퍼스 CEO는 “아르테미스가 현재 북아일랜드에 친환경 수중익선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자사를 포함해 영국 기업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사업에 대한 대출 보증을 재도입하고 수출 금융 조건을 개선시키는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존 쿠퍼(John Cooper) 바 테크놀로지스 CEO도 동일한 문제를 지적하며 “영국에서 4500만개의 풍력용 돛을 생산하길 원하지만, 지금까지는 독일과 중국에서 아웃소싱하고 있다”면서 제조기반에 대한 영국정부의 정책지원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제조업) 부활 보조금이 필요하다”며 “영국 조선 제조업체들은 부두 시설과 창고를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경쟁력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아 실버슈미트(Noah Silberschmidt) 실버스트림 창업자는 제조업에 덜 집중된 정부 투자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선박을 만드는데 있어 영국이 큰 중공업체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실버스트림은 선박 제조에 있어 동남아시아 등 조선업체의 의존도가 높다. 

영국 해양부문 대표 무역협회인 ‘마리타임 UK(Maritime UK)’는 이번 영국 정부의 녹색 해운 기술 투자로 3100개의 새로운 고임금 일자리가 창출되고, 조선업계에 4만2000여 개의 일자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열 정부, 친환경 조선 기술 지원 확대할 전망 

한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국내 조선업 재도약을 향한 정부 지원이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2022년까지 8000명의 조선업 생산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내용의 ‘K-조선 재도약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여기에 조선업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윤 당선인은 ‘해운·조선산업 성장을 통해 신해양강국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목표 아래 ▲저탄소 배출 고부가가치 친환경선박의 생산·수주 확대 및 연구개발 지원 ▲자율운항선박 도입 및 스마트항만(스마트조선소) 개발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새 정부가 추진할 선업 육성 전략은 아직 공약 수준의 포괄적 정책제시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조선업 기술개발에 힘을 싣는다는 새 정부 기조가 명확한 만큼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미래 준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조선3사는 고부가가치 친환경선박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급증해 LNG운반선 수요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3사는 이미 세계 LNG운반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올해 1~2월만해도 조선3사는 14만㎥(입방미터)급 이상 대형 LNG운반선 22척 가운데 3분의 2에 이르는 15척을 수주했다. 이 여세를 몰아, 조선3사는 LNG운반선 시장 지배력을 보다 강화시키기 위해 LNG재액화설비 고도화 등 관련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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