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미국 SEC 등에서 지속가능한 영역으로 자금을 옮기려 노력하면서 해외에선 지속가능 연계채권(SLB)이 인기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의 경우 ESG 채권과 달리 자금 사용 프로젝트를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발행 기업의 ESG 핵심성과지표(KPI)와 지속가능성 성과목표(SPT) 달성 정도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는 구조라, 대규모 환경 프로젝트가 없는 기업 등에게 인기가 많다.
지속가능연계채권 증가 폭은 가파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0년 100억달러(12조원)에서 2021년 1100억달러(135조원)로 1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클레이스는 올해 말까지 지속가능연계채권 규모가 2350억달러(28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20일(현지시각) 맥도날드 운영사인 아르코스 도라도스 홀딩스(Arcos Dorados Holdings Inc.) 또한 처음으로 지속가능연계채권을 발행했다. 목표금은 5100만 달러(630억원)로, 2030년까지 식당과 사무실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36%를 감축하고, 공급망에서 31%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 자동차로 운송 차량을 교체하고 공급 유통업체를 위한 엄격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특정 ESG 목표만 있으면 자금조달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 전체의 탄소 배출 감소, 특정 사회적 또는 환경 목표를 충족하기로 서약한 경우 일반적인 기업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 나빈두이드 카투감폴라 지속가능투자 책임자는 “재생 에너지 및 인프라에서 저렴한 주택, 학교 및 의료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지속가능성 과제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며 “녹색, 사회적 또는 지속가능성과 연계된 채권은 지속가능성 문제를 다루기 위해 고안된 특정 프로젝트에 자본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채권 시장에서 고유한 위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연계채권 발행자는 사전, 사후 보고서를 통해 명확한 지속가능성 의제와 자금 사용으로 미친 영향을 설명해야 한다. 특히 사후 보고서가 필수라 투자자들이 자금의 효과를 명확하게 알 수 있어 ESG 채권 투자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채권의 경우 주식 투자와 다르게 발행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투자자는 발행자와 대화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 해당 자본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투자자가 직접 발행자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고,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카투감폴라 책임자는 “점점 더 많은 투자자가 기후 목표를 넷제로에 맞추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연계채권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봤다. 카투감폴라 책임자는 “지난해 유럽에선 신규 발행 채권의 27%, 고수익 신규발행 채권의 20%는 ESG 채권으로 라벨링 됐다. 반면 미국에서는 각각 6%, 3%만이 라벨링 됐다”면서 “특히 미국에서 더 깊고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다만 무디스는 아르코스 도라도스 홀딩스가 발행한 지속가능 연계 채권에 Ba2 등급을 부여했다. 무디스는 “ESG 속성이 현재 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반영했다”며 “향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비해 절반 이상 쪼그라든 국내 ESG 채권 시장
지난해 홍남기 부총리는 ESG 채권의 종류를 다각화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에서 SLB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월 4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친환경·포용·공정경제로 대전환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인프라 확충방안’에 SLB도입이 중기적 과제로 제시되면서다. 정부자료에 따르면 ‘SRI채권 포괄범위 확대 검토’ 작업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국내 기업이나 기관이 SLB를 발행한 사례는 없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첫 사례가 되는 만큼 목표와 조건 등이 주목받을 것이고 해당 채권에 대한 투자가 저조할 경우 평판 리스크가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우려도 밝혔다. "엄밀히 말하면 SLB는 ESG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조달된 자금의 사용처가 ESG 여부에 부합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또한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 채권 투자자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은 2021년부터 SLB를 ESG 채권과 동일하게 자산매입프로그램(APP)에 포함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 올해 1분기 ESG 채권에 대한 관심은 대폭 하락했다. 지난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수요예측을 실시한 ESG 채권 발행액은 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9000억원) 대비 4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요예측 물량 중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그쳤다.
경쟁률도 평균 556%에서 255%로 절반 정도 떨어지면서, 올해 1분기에는 3건의 미매각 채권이 발생했다. 지난해 1분기 발행된 ESG 채권은 모두 수요예측에 성공해 미매각이 없었던 반면, 올해 1분기에는 1440억원이 매각되지 못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금리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약화되고 일반채권 대비 발행금리상 이점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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