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산업 식별 기준 마련하고, 녹색투자 범위 만들 것
NGFS, TCFD 등 글로벌 협의체 가입 계획

금융당국과 금융권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 부처와 금융권,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녹색기후기금(GCF) 관계자 등과 ‘녹색금융 추진TF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를 현실화될 것이 확실한 위기라는 뜻의 ‘그린스완(Green Swan)’으로 인식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7월 24일 금융발전심의회를 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지 약 20일 만이다. 

금융위원회는 “단기적으로는 기후변화의 피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리스크 식별, 관리·감독 방안 구축 ▲녹색산업 투자 확대 및 녹색경제 전환 선도 ▲녹색금융 관련 국제네트워크 가입 검토가 골자다. 

 

기후변화는 확실한 금융리스크

금융위원회 "리스크 관리 나설 것"

금융위원회는 “기후변화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사례를 소개하며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가능한 금융리스크를 설명했다. 

#1. 건강보험

질병관리본부는 미세먼지 농도가 10μg/m3 증가할 때 기관지염 입원환자는 23%, 만성폐쇄성 폐질환 외래환자는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영향으로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높아져 보험금 지급 규모가 커지고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 부문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2. 자동차보험

8월 12일 기준 4대 손해보험사는 이번 집중호우로 7036대의 차량이 피해를 봤고, 약 707억원의 손해액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 차량은 작년 443대에 비해 약 1488.3% 증가했으며, 손해액은 작년 24억원에 비해 2845.8% 증가했다.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인해 자동차 침수피해가 커질수록 자동차 보험의 손해율은 올라가고, 보험 부문의 건정성은 악화될 수 있다. 

#3. 농·식품 산업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으로 농산물이 피해를 보면 은행의 농·식품산업 대출· 보증· 융자 상환이 지연될 수 있다. 은행부문의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농· 식품 산업에 펀드 또는 자산운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시 금융기관을 비롯한 개별 투자자의 수익성도 저하될 위험이 있다. 

#4. 온실가스 배출권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이 가속화되면,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상승해 기업에 재무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2015년 톤당 1만1184원에서 2019년 4만450원으로 5년 동안 261.7% 증가했다. 탄소배출기업의 영업이익과 담보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17년도 말 기준 국내은행은 광업·석유정제업·화학업 등 탄소배출업종에 약 53.3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기후변화가 예기치 않은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하지 않도록 기후변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기업의 환경 관련 정보공시 확대로 투자 시 환경리스크가 고려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당시 녹색금융은 실패로 돌아가

선례 딛고 민간 투자 흐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녹색산업 투자 확대는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녹색금융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그린워싱(Green Washingㆍ녹색금융이 아님에도 녹색처럼 포장)이 발생했으며, 녹색금융 실적에 대한 불신 등으로 금융기관의 정책 참여가 저조했던 선례가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 손병두 부위원장은 “무엇이 녹색인지 명확히 식별함으로써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겠다”고 답했다.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그린뉴딜 관련 부처와 함께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뿐 아니라 민간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단기적으로는 정책 금융기관이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장기적으로는 민간 자본이 녹색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투자 유인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다. 전세계 추세에 맞춰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ESG(환경보호, 사회적책임, 적정한 기배구조) 투자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세계 ESG투자 규모는 지난 2012년 13조3000억달러에서 지난 2018년 30조6830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를 활용한 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과 유관부처는 녹색산업 투자 범위를 조속히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국제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기후 및 환경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를 위한 협의회인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인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가입도 추진한다. 

손 부위원장은 “기후위기는 금융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금융당국이 주도해 녹색금융으로의 전환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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