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조성된 기후펀드 중 가장 대규모 펀드가 결성됐다. TPG 라이즈 기후펀드(TPG’s Rise Climate Fund)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최종 마감된 이 펀드의 조성금액은 73억달러(9조3214억원)다.
TPG는 199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글로벌 대체자산운용사인데, TPG 라이즈 클라이밋 펀드는 TPG가 2021년 출시한 기후 투자 전용 플랫폼이다. 특히 유명세를 타는 이유는 전직 미 재무장관인 행크 폴슨(Hank Paulson)이 집행위원장으로 이 펀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초 출시 이후 이미 기후 분야 기업에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번에 청정 에너지 투자 확대에 따른 추가 자금조달에 73억달러나 몰렸다.
FT는 "폴슨은 몇 가지 독특한 방법을 쓰려고 하는데, 하나는 24개의 기업에게 TPG의 기후펀드에 투자하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이는 산업간 동맹을 만들어서 거래를 성사시키고 공급자와 고객을 연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펀드가 여느 기후투자와 다른 가장 큰 지점은 바로 '녹색 비즈니스 전환'을 이끈다는 점에 있다. 소위 브라운 기업(녹색 전환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기업)을 카키색(미흡하지만 전환이 있는 기업)이나 올리브색(전환이 거의 다 이뤄진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FT는 "이 펀드는 거대 기업을 설득해서 분사와 분업을 통해, 녹색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PG의 짐 쿨터(Jim Coulter)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기업들의 자산을 조정하는 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그 예로 인도의 유명 자동차 기업 타타 모터스(Tata)의 승객 모빌리티 전기화, 태양열 추적회사 넥스트래커(Nextracker), 돼지분뇨를 에너지화하는 기업 모나크 바이오에너지(Monarch Bioenergy)를 그 예로 들었다.
짐 대표는 "청정 기술과 화석연료 운영을 혼합하는 기업의 경우, 아예 사업을 전환하거나 아니면 자산을 떼어내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며 "두 번째 방법은 일반적으로 독립된 녹색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과는 미묘하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TPG의 또 다른 전략은 ‘죽음의 계곡(the valley of death)’이다. 원래 ‘죽음의 계곡’이란 용어는 창업 초기에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TPG는 ‘죽음의 계곡’이란 단어를 신생 녹색 기업들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나 대규모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금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짐 쿨터 TPG대표는 “기후관련 투자에서 만일 당신이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 일반적으로 그 아이디어가 임팩트를 만들어낼 만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현재 펀드 시장에는 이런 기업을 뒷받침할 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쿨터 대표는 또 "이런 방법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안다"며, "인터넷을 잘 아는 벤처기업들은 디지털 분석은 아주 잘 하지만 엄청난 기회가 많은 중공업에 관해서는 재주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기후관련 사업의 약 95%는 전기 자동차와 재생 에너지에 몰려있으며, 이는 아마도 탄소 배출량의 45%에 해당할 것이다. 그래서 실무자로서 우리의 역할은 메탄 포집이나 수소 같은 분야에 있는 회사들이 아직 일반시장이 보지 못한 해결책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행크 폴슨 집행위원장은 말한다.
폴슨 집행위원장은 또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개척되지 않은 분야에서) 이뤄지는 엄청난 거래"라며, 다음 단계의 개발은 보다 균형 있고 심도 있게 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필요한 더 많은 도구를 제공하지 않는 한 이러한 야망은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탄소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FT에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