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에 이어 쌀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픽사베이
밀에 이어 쌀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픽사베이

지난 몇 개월 동안 밀과 고기, 기름에 이르기까지 많은 식품의 가격이 폭등했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작년부터 오른 비료와 에너지 비용을 포함해 생겨난 현상이다.

기후 변화에 이은 전쟁으로 인해 식량 안보 문제가 중요해지자, 식량과 바이오 연료를 두고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 하는 논란도 일고 있다. 환경을 위해서 바이오연료를 선택해야 하는지 식량 안보를 먼저 선택해야 하는가에 따른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5개월 째 연속 상승 중인 쌀 가격

지난주 발표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에 따르면, 국제 쌀 가격이 5개월 연속 상승해 1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최대 투자은행인 노무라(Nomur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소날 바르마(Sonal Varma)는 “밀 가격이 상승하면 대체 식자재인 쌀의 수요가 증가하고, 기존 재고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쌀 가격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은 인도와 중국이다. 이들은 전 세계 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은 5위, 태국은 6위에 올라 있다.

국제식품정책연구소(International Food Policy Research Institute)의 데이비드 라보드(David Laborde) 선임 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도가 밀과 설탕의 수출을 규제했듯이 앞으로 쌀에도 수출 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걸 걱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쌀 가격이 5개월 연속 상승 중이라며 1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FAO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쌀 가격이 5개월 연속 상승 중이라며 1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FAO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물가 상승세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RBC) 자산관리의 투자 전략 책임자이자 전무 이사인 프레데릭 캐리어(Frederique Carrier)는 6월 자사 보고서에 “UN의 식품 가격 지수가 현재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7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팬데믹 관련 노동력 부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식량 공급을 줄이고 에너지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썼다.

이어 캐리어는 “급등한 식품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불균형을 가져올 것"이라며 식량 안보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식량이 가계 소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저소득 국가와 중동, 아프리카처럼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집트는 밀 수입의 80%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EP)가 함께 내놓은 '기아 핫스팟 보고서'. 식량 안보 문제가 점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WEP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EP)가 함께 내놓은 '기아 핫스팟 보고서'. 식량 안보 문제가 점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WEP

 

바이오 연료 사용 국가들, 식량이냐 바이오 연료냐 선택의 기로에 놓여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얼마전 ‘기아 핫스폿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심각한 식량 불안정이 9월까지 이어질 것이며, 20개국에서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 연료에 사용되는 곡물을 줄이면 식량 안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들이 나와 식량 안보와 환경 문제에 대한 논쟁도 일고 있다.

데이터 회사인 GRO 인텔리전스(Gro Intelligence)는 "연간 바이오 연료에 사용되는 총 농작물의 양은 19억 명의 칼로리 소비량과 동일하며, 식품 안보 위기가 악화될 경우 에너지 사용을 우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이터를 내놓았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미국에서 바이오 연료에 사용되는 곡물을 50% 줄이면 우크라이나 밀, 옥수수, 보리, 호밀의 모든 수출 손실을 보상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우리는 제한된 자원을 식량 공급에 쓸 것이냐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에 대해 매우 비판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WRI 자료 작성을 도운 프린스턴 대학(Princeton University)의 올리버 제임스(Oliver James)는 말했다.

그러나 바이오 연료 업계는 이러한 비교가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연료 생산에 사용되는 곡물의 대부분은 빵을 만들 때 쓰이는 밀이 아니라 동물이 먹는 데 쓰이는 사료용 밀”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바이오 연료 업계 협회 UFOP(union for the promotion of oil and Protein Plants)는 “바이오 연료에 사용되는 곡물의 양은 전체 곡물의 약 2%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유럽 내 최대 바이오 연료 정유소를 소유한 클론 바이오(ClonBio)의 투자 담당 이사 에릭 시버스(Eric Sievers) 역시 "바이오 연료에 쓰이는 밀을 빵과 연관지어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의 파트너인 니콜라스 데니스(Nicolas Denis)는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는 국가들은 식량 안보와 지속 가능성, 에너지 비용과 독립성의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각국 정부는 우선순위가 다른 상황에서 토지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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