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P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상장된 금융 기관의 3분의 1이 물 부족 위험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와 회사는 큰 위기를 마주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은 CDP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발표됐다.
사각지대에 놓인 물 부족 문제
물은 비즈니스 운영 및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 중 하나다. UN은 현재의 소비와 생산 패턴이 변하지 않는다면 2030년에 전 세계적으로 물 공급이 40%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수년 동안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지속된 가뭄, 최근 섭씨 50도에 다다른 인도와 파키스탄의 폭염, 작년 유럽에 발생한 홍수 등 이상 기후가 나타나면서 기업들이 물을 사용하는 데 이전과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환경 비영리 단체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이른바 CDP의 글로벌 물 안보 책임자, 케이트 램(Cate Lamb)은 “물 부족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다.
“CDP는 상장된 금융 기관의 3분의 1, 2021년 상장된 주식의 69%가 물 관련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재무 평가에 물 부족을 위험 요소로 포함한 기업은 없다. 많은 기업들이 ‘물은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항상 사용할 수 있고, 다른 문제처럼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물 부족으로 인해 이미 손해를 보고 있는 주요 산업의 기업들
CDP와 영국 비영리 금융 싱크탱크인 ‘플래닛 트래커(Planet Tracker)’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몇몇 기업들이 글로벌 물 부족으로 인해 이미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키스톤 송유관(Keystone pipeline),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파스쿠아-라마 금광, 호주의 둥마불라 습지(doongmabulla Spring wetlands)에 위치한 탄광, 미국의 오이스터 크릭 원자력 발전소(Oyster Creek)원자력 시설이 대표적인 예다. 물 부족도 손실의 원인이지만 보고서는그 밖에 규정의 변화, 높은 수준의 오염 및 지역사회 반대 등을 이유로 꼽았다.
더불어 패션, 농업, 제조 및 데이터 센터에 이르기까지 다른 많은 부문도 물 가용성 및 품질과 관련된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최근 폭염으로 인도의 가장 큰 강줄기가 사상 처음으로 완전히 말라버리면서 인도의 대다수를 먹여 살리는 농업 생산과 막대한 에너지 생산에 피해를 입었다. 미국의 경우 콜로라도 강의 수위가 너무 낮아서 서부 7개 주에서 수력 발전 생산이 위태로워지자 파월 호수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전례 없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 지역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건조한 기후를 기록하고 있다. 라스베아거스는 잔디밭에 물을 주는 것을 금지했으며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과감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램은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정부가 시민과 식량 생산을 위한 물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에너지 및 기타 기업을 희생하는 등의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일에 직면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화석 연료와 달리 물은 대체품이 없어 문제
물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지적한다. 램은 "기후 위기가 아니더라도 다른 위기 상황이 존재했겠지만 기후 위기가 물 부족 현상을 악화시킨 것은 분명하다"라고 전했다.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총 물의 양 중 75%를 사용하는 식량 재배와 더불어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이 늘고 있어 2040년이 되면 물의 수요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화석 연료와 달리 물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나마 남아 있는 물조차 우리가 오염시키고 있다. 모든 폐수의 80%가 가정, 공장 또는 농장에서 비롯되며 이를 처리하지 않고 남겨두는 바람에 담수의 오염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우리에게 충분한 양의 물이 있어도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램은 의견을 전했다. ‘이것은 곧 모든 기업과 투자자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기후와 마찬가지로, 물 위험에는 가뭄과 홍수와 같은 극한 기후 현상의 물리적 위험뿐만 아니라, 물을 필요로 하는 제품 사용의 금지, 유럽연합에서 도입된 탄소 배출 금지 법률, 그리고 지역 사회의 반대로 인해 발생하는 소송 위험이 포함된다.
회사의 데이터 부족도 문제다. "일부 회사는 계량실의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라고 램은 말한다. 이에 따라 물 사용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할 것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EU는 향후 몇 년 이내에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이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관은 투자자에게 물 문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개할 필요가 없다. 이에 CDP는 1200개의 상장 금융 기관에 포트폴리오의 물 사용량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요청했다. CDP가 2010년 처음으로 기업에 물 위험을 공개하도록 요청했을 때 50조 달러(6경 1900조원)를 관리하고 있는 150명의 투자자들이 이에 응했다. 현재는 130조 달러(16경1000조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680명의 투자자로 증가했으며, 응답 기업의 수는 140개에서 2021년 35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보고서의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이 물 부족에 대해 받아들이는 인식은 아직 부족한 수준이며, 물은 기업과 투자자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비즈니스 위험 요소가 되었다고 결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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