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임웍스의 홈페이지
클라임웍스의 홈페이지

탄소 제거 기술로 명성이 높은 스위스의 스타트업 클라임웍스(Climeworks)가 아이슬란드에 두 번째 상업용 공장을 건설한다고 미국의 CNBC와 ESG투데이 등 복수의 미디어가 28일(현지시각) 전했다. 

새로 짓는 공장의 이름은 맘모스(Momoth)인데, 완전히 가동되면 현재 클라임웍스의 주력시설인 오르카(Orca) 공장보다 규모가 훨씬 커진다. 

2009년 크리스토프 게발트(Christoph Gebald)와 얀 부르츠바허(Jan Wurzbacher)가 설립한 클라임웍스는 지금까지의 18개의 프로젝트를 실행했는데, 클라임웍스의 직접 공기 포집(DAC) 기계는 재생 에너지 또는 폐기물 에너지로만 구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계는 팬과 함께 공기를 흡입해 고순도ㆍ고농도 이산화탄소를 추출하는 모듈러형 이산화탄소 수집기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탄소 제거 시설이 18~24개월 안에 완전히 가동되면, 연간 3만6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할 것이라고 클라임웍스 측은 말했다. 이는 매년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극히 일부다. 파리에 본부를 둔 정부간 에너지 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배출량은 363억 미터 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두번째 공장, 연간 3만6000톤 탄소 제거 능력 갖춰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공장은 이미 아이슬란드에 있는 오르카 시설과 함께 클라임웍스가 2030년까지 연간 수백만 톤, 2050년까지 연간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향한 첫걸음이다. 

클라임웍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공동 CEO인 얀 부르츠바허(Jan Wurzbacher)는 지난 5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클라임웍스는 13년 동안 이 일을 해왔고, 지난 세월 동안 기술이 크게 개선되었다"며 "우리는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밀리그램 수준에서 시작했다. 그후 밀리그램에서 그램으로, 그램에서 킬로그램으로, 톤에서 1000톤으로 증가했다"고 말한 바 있다.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아이디어는 최근 수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수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온라인 결제기업 스트라이프(Stripe),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Meta), 쇼피파이(Shopify), 맥킨지(McKinsey)는 투자팀을 결성해서 10억 달러(약 1조2927억원) 상당의 이산화탄소 제거 계약을 맺기고 발표하기도 했다. 클라임웍스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사업을 구독모델로 기업들에 판매하고 있다. 

 

IPCC가 탄소제거에 몰두하면서 대기업들이 대거 자금 지원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이 탄소 제거에 거액을 쏟아붇는 이유는 뭘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제거할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배출가스 감축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탄소 제거에 수많은 투자를 해 온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의 기술 책임자인 에릭 툰(Eric Toone)은 "규모가 거의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야 할 것"이라며, "탄소제거가 2050년에 배출량의 30%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세계 석유화학 산업의 3~5배 규모의 산업을 건설해야 한다"고 CNBC에 말했다. 

클라임웍스가 창업했을 당시만 해도 업계의 분위기는 이렇지 않았다.

부르츠바허 공동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09년에는 환경이 확실히 달랐다”고 말했다. 기후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배출을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에 가까웠다. 그리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법을 생각해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잠깐만, 그런 것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민간부문 투자의 폭증과 더불어, UN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4월 업데이트에 탄소 포집을 포함시켰다. 

IPCC의 권고안에 의하면 ”이산화탄소 제거(CDR)는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을 세계 및 국가적으로 제로로 달성하고 ‘감소하기 어려운’ 잔류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CDR은 2100년까지 지구 온난화를 1.5°C 또는 2°C 이하로 제한하는 시나리오에서 필수 요소”라고 한다.

물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에는 다른 방법도 있다. 나무를 심는 것이다. 하지만 나무심기는 클라임웍스가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짓고 있는 공장보다 훨씬 더 많은 땅이 필요하다. 또한 나무는 심어진 후에 죽거나, 베이거나, 태울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평생 동안 제거될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클라임웍스처럼 공기 중에서 기계적으로 제거된 이산화탄소는 지하에 영구적으로 저장될 수 있다. 

 

창업 초기, 틈새 시장을 노려서 포집한 탄소 판매

클라임웍스는 10년 가까이 연구실에서 탄소제거 기술을 개발한 후 2017년 스위스 힌빌(Hinwil)에 첫번째 공장을 지었다. 

당시 클라임웍스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식물성 비료용으로 지역 온실을 가꾸는 소비자들이나 코카콜라에 팔았다. 부르츠바허 공동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종류의 틈새 시장을 노렸던 것은 "기후와 관련이 없었으며, 다만 당시에는 기술 자체를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부르츠바허는 ”처음부터 목표는 항상 기후와 관련된 해결책을 고안하는 것이었다”며, “초기에는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작업을 진행하기 위한 틈새 시장을 노렸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하지만 수년 후,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점점 더 관심을 가지면서 클라임웍스는 수요가 생겨나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2018년, 클라임웍스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제거하면 소비자들이 매달 36~120달러(약 4만6000원~12만6000원)를 지불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지금까지 1만4000명 이상의 개인들이 참여했다.

이와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 스트라이프(Stripe), 쇼피파이(Shopify) 같은 기업 고객은 기후에 대한 자신들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클라임웍스와 거래하고 있다.

현재 클라임웍스는 주로 탄소를 제거한 뒤 현무암과 함께 광물로 만들어서 지하에 보관하고 있다. 부르츠바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탄산음료나 비닐하우스에 사용하기 위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판매하는 것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부르츠바허는 “탄소 제거의 수요는 기후 목표를 장래 비즈니스에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는 기업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며, ”현재 우리의 기업고객들은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를 제품과 서비스의 요소로 삼고 있다”고 CNBC에 말했다.

2021년 9월, 클라임웍스는 아이슬란드에 최초의 직접 공기 탄소 포집(DAC) 및 저장 공장을 열었다. 이 공장은 연간 4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필터가 내장된 44개 컨테이너로 만든 탄소포집 모듈 8개로 구성됐다. 

 

역효과를 우려해서 기기는 재생에너지로 가동

클라임웍스는 아이슬란드에 탄소 저장 파트너 회사인 카브픽스(CarbFix)를 본사로 두고 있고, 아이슬란드에 충분한 재생 에너지원이 있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에 첫 번째 공장을 세웠다고 밝혔다. 탄소 제거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 탄소를 대기로 방출하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최근까지 클라임웍스는 개인 투자자들로부터도 1억5000만달러(약 1939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4월에는 글로벌 파운더스 캐피탈(Global Founders Capital), 존 도어(John Doerr), 스위스 리(Swiss Re) 등을 포함한 투자자들로부터 6억5000만 달러(8402억원)를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탄소 제거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 조달이다.

부르츠바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산화탄소 제거 시장은 기본적으로 지난 2년 반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클라임웍스는 제거 능력 확대뿐 아니라 비용 절감에도 주력하고 있다. 2025년쯤에는 포집한 이산화탄소가 톤당 500달러(64만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30년까지 비용은 톤당 약 300달러(32만원)가 될 것이며, 2035년 경에는 톤당 약 200달러(25만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클라임웍스의 사업은 기후에 민감한 기업과 개인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금은 클라임웍스같은 회사가 기후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각국의 정부들은 탄소예산 또는 탄소가격을 통해서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부르츠바허는 "결국에는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탄소 제거를 수천만 톤에서 수십억 톤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정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탄소 제거는 일반적으로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미 에너지부(DOE)는 최근 미국 전역에 4개의 DAC 거점을 개발하기 위해 35억 달러(4조5244억원) 규모의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각 거점은 연간 1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영구적으로 제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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