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뉴욕 유엔 본부 연설에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화(global boiling)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각국이 파리 기후협약에서 합의한 지구온도상승제한 목표 1.5℃ 목표까지도 0.28℃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멈출 방법은 크게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저감’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제거’로 구분된다. 기후 문제 해결은 근본적으로 배출을 저감하는 게 핵심이지만, 산업화 이후로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국내 전문가들은 20일 이산화탄소 대기직접포집(DAC)이라는 제거 기술을 국내에 안착시킬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국회기후변화포럼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이산화탄소 대기직접포집(DAC) 기술개발과 촉진 과제’를 주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웅 박사 “저감 기술에 속하는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은 ‘진통제’,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인 DAC는 ‘치료제’”라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DAC를 국내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한 R&D, 상용화 방안 마련, 분류체계 및 법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동연 카이스트 교수는 “DAC 기술을 연구하다 보면, 생각보다 고도화된 기술이 아니기에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며 “DAC를 단계별로 지원할 정책과 법제도 마련에 힘쓰면 한국도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 중에 축적되는 탄소량, 연간 40억 톤...DAC로 제거해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이현주 책임연구원은 “DAC는 공기 중 탄소 농도를 낮추는 탄소 네거티브 기술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30년까지 7500만 톤, 2070년까지 7억 톤의 탄소를 DAC로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류가 산업활동으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연간 90억 톤이며, 약 40억 톤이 대기 중에 축적되고 있다”며 “DAC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기술이며,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 계획 B안에 CCUS로 8400만 톤, DAC로 740만 톤을 포집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고 부연했다.
이현주 연구원은 “이 기술은 DAC와 DAC 연계 동시포집전환(RCC)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나무를 만드는 기술이고 후자는 열매를 만드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DAC는 나무처럼 탄소를 공기 중에서 포집하고 이를 탈거탑에 보내서 고농도의 탄소로 분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물질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DAC-RCC는 탄소를 포집한 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즉, 제품 제조나 다른 사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열매를 만드는 기술이다.
DAC-RCC가 DAC보다 에너지 효율적인데, 탈거가 공정 과정에서 사용되는 시스템 에너지의 90% 이상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RCC는 초기 단계에 있지만 이를 상용화하면, 에너지 비용을 20~30% 줄이고 설치비는 5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현주 연구원에 따르면, 아직 석유화학기반의 제조방식으로 생산된 화학 제품보다 가격이 높고 공정 과정의 탄소 배출량도 약간 좋은 수준이어서 아직은 상용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5월 DAC와 DAC-RCC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자는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주관연구기관으로 한국과학기술원, 공동연구기관은 고려대학교, GS건설, 후자는 한국과학기술원이 주관연구기관, 공동연구기관은 서울대학교, 중앙대학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현주 연구원은 “한국은 해외보다 연구개발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원천기술과 상용화 기술 확보를 동시에 수행해 내야 한다”며 “다만,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고, DAC기술이 있다고 해서 탄소를 편하게 배출해도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DAC기술 사업화, 지원금 제도와 기술 분류체계 정비해야
오채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DAC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비용이다. DAC는 R&D 단계에서 막 벗어나서 실증 단계에서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비용 예측치는 톤당 100달러(약 13만원)에서 600달러(약 80만원)까지 다양하게 설정되어 있다. 두 번째는 에너지다. 공정 과정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적지 않은데, 가격이 더 높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탄소가 배출되어 포집량을 상쇄하므로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DAC로 포집한 탄소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CCS와 CCU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할 때 이를 상회할 수 있는 수입원이 필요하다.
오채운 연구원은 “해당 도전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연구원은 미국이 어떤 재정지원 정책을 펴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2021년에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을 통과시켰고, 7대 청정에너지 사업에 DAC를 포함했다”며 “DAC허브 구축 프로그램에 4조 65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직접 지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미국의 45Q세액공제로 포집한 탄소를 땅속에 저장했을 때와 활용했을 때 각각 톤당 50달러(약 7만원)와 35달러(약 5만원)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데, IRA로 180달러(약 24만원)와 130달러(약 17만원)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DAC 사업으로 생산하는 제거(CDR) 크레딧에 대한 정책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DAC 크레딧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국제 탄소시장을 규정하는 파리협정 제6.4조 지속가능발전메커니즘(SDM)에 DAC 사업을 제거 크레딧 생산활동으로 인정할지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탄소제거인증프레임워크를 22년 11월에 발의하고 인증방법론과 규칙을 개발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저탄소 연료표준 규정을 발표했고, 표준에 미달할 경우 크레딧을 구매하도록 하는데 DAC 사업도 크레딧 생산 사업으로 포함했다.
민간에서는 제거 크레딧 선구매를 통해 DAC 시설 설비의 구축과 운영 비용을 조달하기도 한다. 구매 기업들은 시장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제거 크레딧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들은 제거 크레딧을 톤당 600~1000달러(약 80만원~134만원)로 구매하고 있다. 이런 제거 크레딧을 거래하는 퓨로어스나 카본퓨처와 같은 거래 플랫폼도 운영되고 있다.
오채운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국제 제거 크레딧 시장에 진입하려면, 탄소 저감과 제거에 대한 분류체계를 명확하게 세우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CCUS는 배출 저감기술이고 DAC는 제거 기술로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두 기술을 저감과 제거 항목의 하위 기술로 명확히 구분하고 제거 크레딧이 발생할 시 이를 어떻게 활용하도록 할 지에 대한 정부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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