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포집을 미래 기술로 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빌 게이츠가 또다시 새로운 탄소 포집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독스(Verdox Inc.)'는 미국 메사추세츠를 기반으로 한 탄소 포집 스타트업이다. 이 스타트업은 지난 2일, 빌 게이츠가 이끄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를 포함한 다수 투자자들로부터 8000만 달러(약 한화 963억원)를 모금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는 빌게이츠가 주축이 돼 만들어진 것으로, 청정에너지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연구비를 확충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이니셔티브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는 2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투자 펀드를 마련해 주요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혁신 기술이나 벤처 기업을 지원한다.
지난번 빌 게이츠가 탄소 포집 스타트업인 서스테라(Sustaera)에 투자한 규모가 1000만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이번에는 8배나 더 큰 규모다.
베르독스는 공기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거나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분리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기존 기술의 대부분은 공기 중의 CO₂ 를 끌어모으기 위해 액체로 된 용매로 사용한다. 액체가 가스를 포착하면 이산화탄소를 방출할 수 있는 온도로 가열한 다음 압축해 지하 깊숙이 주입해 영구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단계를 거치는 동안 엄청난 양의 열과 물이 쓰이고, 결국 비용이 높아지는 원인이 된다.
반면 베르독스는 더 저렴하면서 효율적인 기술을 사용한다. MIT에서 분사한 뒤 설립된 이 기업은 전기로 충전할 때 공기 또는 배기가스의 혼합 가스에서 CO₂를 끌어낼 수 있는 특수 유형의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베르독스는 이 소재가 직접 공기 포집에 사용되면 총 에너지의 70% 이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IT에서 개발한 이 물질의 초기 버전은 2019년 <에너지 & 인바이로멘탈 사이언스>지에 처음 게재됐다. 그러다 지난해 탄소에 5000배 더 효과적인 물질을 발견했다. 베르독스 CEO인 브라이언 베인스(Brian Baynes)는 “지난 2년 동안 이뤄낸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의 기술 책임자인 에릭 툰(Eric Toone)은 베르독스의 작업을 두고 "근본 연구에 매우 가깝다"라고 평가했다.
베르독스의 경쟁자, 탄소 포집 스타트업의 현황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는 베르독스 외에도 이미 여러 탄소 포집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스테라(Sustaera Inc.)'와 ‘에어룸 카본 테크놀로지(Heirloom Carbon Technologies)’가 대표적이다.
베르독스는 이미 10여 년 전에 기술 개발을 시작한 다른 탄소 포집 신생 기업과도 경쟁구도에 놓여있다. 캐나다의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 Ltd.)'과 스위스의 '클라임웍스 AG(Climeworks AG)'는 각각 1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며 매년 수백만 톤을 포획할 수 있도록 기술을 확장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반면 또 다른 경쟁업체인 미국의 '글로벌 서모스탯(Global Thermostat)'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난주 잘못된 운영으로 기소된 CEO를 교체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베르독스 탄소 포집 비용, 톤당 50달러 이하가 목표
베르독스는 탄소 포집 비용으로 톤당 50달러(약 한화 6만원) 이하를 설정했다. 유럽 연합의 탄소 배출권이 올해 톤당 약 80유로(약 한화 10만9000원)인 것에 비하면 경제적인 가격이다. 그러나 연간 수백만 톤의 CO₂를 포집하려면 몇 년은 걸릴 예정이고, 클라임웍스가 현재 톤당 1200달러(약 한화 145만원)의 오프셋(탄소상쇄권)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베르독스의 목표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베르독스는 정부 보조금과 소규모 투자자로부터 지원받은 400만 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포함해, 최근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프렐류드 벤처스'와 '로어 카본 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은 상태다.
“새로운 자금은 4~5년 동안 충분한 자본이 될 것”이라고 베인스는 전했다. 이 자금 중 일부는 2022년 하루에 100kg의 CO₂(1년에 약 35톤)를 포집할 수 있는 3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데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토 타입 중 한 개는 대기에서 CO₂를 직접 포집하고, 다른 프로토타입은 공장에서 포집하는 형태로 제작된다. 베인스는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한 곳은 미국의 석유회사이고, 다른 한 곳은 유럽의 금속 회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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