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한 벌이 지구 반 바퀴 돈다? 의류 유통망 개선하려면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 지수로 인정받던 히그(Higg Index) 지수에 관한 논란이 벌어지면서, 패션업계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지에 대한 고민이 뜨겁다.

히그 지수란 의류 등과 같은 소재 1㎏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환경부담 요인을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패션 기업들은 히그 지수를 사용해 특정 제품이 기존 재료보다 얼마나 적은 물을 사용했는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감소했는지 표시해왔다. 

의류 산업은 특히 모든 산업을 통틀어 가장 복잡한 구조 중의 하나를 갖고 있다. 티셔츠 한 벌은 소비자가 구매하기까지 약 수천 마일을 이동하기 때문이다. 티셔츠 한 장에는 환경적 관점의 비효율성부터 노동 착취 문제까지 다양한 이슈가 녹아있다. 의류 공급망이 비판과 개선을 요구받는 이유다. 여기서 히그 지수(Higg Index)가 등장한다. 

 

히그(Higg)의 역사?

히그(Higg)는 월마트(Walmart)파타고니아(Patagonia)가 후원하는 지속가능한 의류 연합(SAC)이 2012년 설립, 2019년에 독립한 소프트웨어 회사다. 히그 지수는 패션 업계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고 거대의류 제품 브랜드까지 SAC의 점수를 제품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히그는 섬유 생산의 국제 표준을 만들기 위해 정보를 공유한 의류 기업으로부터 제조 및 유통망 관련 데이터를 수집·정량화한다. 자원 사용, 노동 형평성 및 환경 영향을 명확하게 다루는 인증 가능한 정보에 기반한 표준이 의류 산업에 필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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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 섬유 옹호 논란 등 사실 왜곡으로 비판 받은 히그(Higg). 이후 개선을 약속하고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HIGG
함성 섬유 옹호 논란 등 사실 왜곡으로 비판 받은 히그(Higg). 이후 개선을 약속하고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HIGG

지난 몇 달간 히그 지수는 합성 섬유 생산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부주의한 접근법을 취하고, 기업 측의 데이터로 와전된 사실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 의류 산업이 지속하기 위해 취해야 할 변화의 정도를 사소한 것으로 만든다는 비판도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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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다른 지표들은 산업 전반의 체계적인 변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받았다. 대신 히그 지수는 지수 산업 변화를 위한 촉매로 주목받았었다. 지수 산업 전반을 바꾸려면 우선 유통망의 가시성을 확보해야 한다. 복잡한 구조의 유통망을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을까?

유통망을 구성하는 각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는 것이다. 시장은 국제 표준을 지키는 기업에 보상하고, 이를 어긴 기업을 응징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환경에 반하는 유통망을 통한 제품 구매를 중단하면, 해당 기업은 교체되거나 파산할 수도 있다. 이처럼 히그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선택에 따라 지수 산업이 지속가능하도록 변화한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급망을 파고들어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쉽지만 실제로 실행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블록체인 기술이 여기서 등장한다.

 

월마트의 블록체인 활용 사례, 다른 산업에도 가능할까?

기업에서 활용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히그지수에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근래 기업에서는 상품을 시간에 맞춰 유통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품의 가시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서류들은 모든 지점에서 작성해 분산돼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서류의 정보를 보호한다. 예를 들어 유통망 내 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유통업자에게 알릴 수 있다. 이후 유통업자는 대응을 통해 소비자 이탈,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유통망은 수천 개의 업체로 구성된 사례도 있다. 디자인, 절단, 재봉, 염색, 마무리 및 기타 다양한 기업이 연관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복잡한 만큼 해결책은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다.

월마트는 전 세계의 수천 명의 소규모 농부로 구성된 고추, 피망의 유통망을 추적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블록체인이 가진 데이터의 불변성을 활용한 것이다. 월마트 글로벌식품안전혁신팀의 테하스 바트(Tejas Bhatt) 선임 이사는 “블록체인의 장점은 정보를 소급해서 수정할 수 없는 점”이라며 “공급업체가 신중히 정보를 제공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월마트의 자동화 방식과 맞물리면서 얻는 이점도 있다. 바트는 “월마트가 블록체인에서 확인한 ‘디지털 풋프린트’가 공급망을 통해 흐르는 제품의 ‘물리적 풋프린트’와 실제로 일치하는지 검증한다”며 이로써 “인간의 실수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블록체인을 운용할 자본이 부족한 공급망 협력업체를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소규모 공급업체는 엑셀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할 수 있다. 소규모 기업까지 기존 블록체인 시스템에 맞추기보다는 무리한 투자 없이도 블록체인에 쉽게 포함할 수 있는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려는 의도다. 

다른 사업 분야로의 활용 가능성도 점쳐진다. 바트는 "월마트 모델이 정확하게 패션 산업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다른 산업에서도 크게 활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히그지수는 전 세계 패션 산업을 이루는 수천 가지 공급망의 환경·사회적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를 목록으로 만들어 산업 전반에서 활용이 가능한 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히그, 과제 개선하고 지수 산업 구조 개선 이끌까?

히그의 최고 전략 책임자(CSO)인 제임스 쉐퍼(James Schaffer)는 “여러 기술 혁신의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며 “일부는 디지털 추적 관련 신규 세대의 기업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시스템 안팎으로 데이터의 관리· 품질 향상이 필요하다는 비평가들의 요구에 동의한다”며 개선 의지를 제시했다.

현재 SAC와 히그는 비판받은 부분을 해결하고 업데이트가 필요한 지점을 재설계하기 위해 소비자 대면 투명성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했다. 쉐퍼는 “히그의 목표는 올바른 지점을 향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선을 위한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그린비즈 인터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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