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너지 기업 드랙스(Drax)가 그린워싱 혐의로 국제 조사까지 받게 됐다.
드랙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석탄을 바이오매스로 전환해 탄소배출을 최대 90% 감축하는 ‘영국 최대 재생 에너지 기업’이라고 홍보했으며, 바이오 에너지와 탄소포획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을 결합한 바이오 에너지기술(BECCS)로 각광받아 지난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보고서에 유일하게 언급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드랙스가 밝힌 바이오매스 관련 진술들이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드랙스를 상대로 지난해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구의회(Eruope Research Council)의 독립기구인 NCP(National Contact Point)는 환경단체가 제기한 소송을 1차 평가한 후 "추가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드랙스는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그린워싱 여부에 대한 추가 정밀 조사를 받고 있다.
드랙스는 성명서에 "NPC의 최초 평가만으로 우리가 OECD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NCP와 조정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매스 연소로 탄소 중립한다…
하지만 삼림벌채와 OECD 지침 위반?
드랙스는 BECCS 기술로 바이오매스로 탄소배출을 감축한 점을 강조했다. 현재 드랙스는 영국 셀비지역 공장에서 목재 펠릿 또는 바이오매스를 태울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영구적으로 포획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발전소 운영을 위해 폐목재만을 연소하는데 일반 목재에 비해 탄소를 거의 발생하지 않아 삼림 훼손이나 벌채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림 소송 협동(Forest Litation Collaborative), 왕실조류보호협회(RSPB) 등 환경단체 6곳은 "드랙스는 목재 펠릿을 태울 때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석탄보다 에너지 단위당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며 "우리는 드랙스가 목재 펠릿 공장에서 산업 규모로 나무를 통째로 베고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드랙스가 책임 있는 사업에 관한 권고사항을 담은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인권, 노동, 환경 등 다양한 이슈에 관해 다국적기업들이 책임 있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준을 준수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권고한다.
드랙스의 탄소중립 주장에 제동을 건 것은 환경단체 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드랙스가 유엔의 국제배출량 보고 규정에 근거해 넷제로를 주장했지만 이는 잘못된 논리라고 지적했다. 유엔 규정에 따르면, 바이오매스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연료를 사용하는 국가의 에너지 부문이 아닌 '나무가 수확되는 국가의 토지'로 계산된다. 즉, 드랙스는 영국이 아닌 북미로 부터 주로 목재를 공급받기에 영국에서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은 "이 공시 방식은 탄소 제거를 '이중적으로 계산(double counting)'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탄소 중립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되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도 드랙스의 주장과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계는 "나무 벌채가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며 "나아가 벌채한 곳에 새로운 나무를 심어도 탄소를 재흡수할 수 없을 뿐더러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는 데는 수 십년 이상이 걸려 기후변화를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는 "드랙스 발전소는 2595메가와트(MW) 규모의 세계 최대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연간 148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영국 최대의 단일 탄소배출원"이라고 말했다.
그린워싱으로 정부보조금, 주가 상승, 수출 증가 등
막대한 경제적 이익 챙겨
환경단체들이 드랙스의 그린워싱에 열을 올리는 건 드랙스가 친환경 활동을 과장홍보하면서 정부 보조금 등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라이프스케이프 프로젝트의 엘시 블랙쇼-크로스비(Elsie Blackshaw-Crosby) 변호사는 "드랙스는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면서 공공 자금으로 수십억 달러의 재생 에너지 보조금을 챙기고 대중과 투자자들을 계속 현혹시켰다"고 말했다.
드랙스는 지난해 재생 에너지 보조금 12억달러(약 1조5630억원)를 받으면서 2030년까지 바이오매스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고 탄소중립을 목표로 탄소 포획과 저장에 거대 금액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드랙스의 바이오매스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까이 감소했지만 이자, 세금, 감가상각 및 상각 전 수익이 2억2500만 파운드(약 3584억원)라고 보고했다. 주가는 3.5%까지 하락한 후 올해 27% 상승해 범유럽지수 스톡스600 유틸리티 지수(Stoxx 600 Utilities Index)에서 3위로 마감되기도 했다.
드랙스는 지난해부터 피나클 재생에너지(Pinnacle Renewable Energy) 등 바이오매스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탄소 제거와 수력발전으로 바이오매스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드랙스 윌 가디너(Will Gardiner) CEO는 "특히 아시아 전력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목재 펠릿 사업 판매가 크게 늘어나 다른 국가들이 석탄화력발전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드랙스는 바이오매스 사업을 전 세계적으로 판매해 큰 수익을 거두는 반면 영국에서는 탄소 배출에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제니 핑(Jenny Ping)은 "드랙스가 고가의 환경 상품재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은 명백하지만 앞으로 그만큼 많은 정치적 감시를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