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넥스트 김승완 대표 인터뷰

사단법인 넥스트는 국내에 몇 안 되는 민간 비영리 정책 싱크탱크이다. 넥스트는 양적 방법론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에너지 산업 정책을 비판ㆍ제안하며, 정부와 산업의 최고위 의사결정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2020년 9월 설립된 넥스트의 대표는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다. 젊은 학자인 그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서 활동한 에너지 전문가다. 글로벌 기후자금의 지원 덕분에 넥스트를 세우게 된 김승완 대표는 “미국은 정책 싱크탱크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정책 제안 및 비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기업화된 민간 싱크탱크가 많이 없어서 넥스트를 만들게 됐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그는 “기후 정책 관련 인재들은 지방에 있는 정부 연구소나 공공기관으로 대부분 취직하게 되는데, 이 부문의 발전을 위해 좀 더 다양하고 좋은 조건의 직장을 만들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글로벌 경력을 갖춘 15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에너지 전환, 산업 부문 온실가스 연구, 전력 시장과 재생에너지 프로그램 등 15개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넥스트가 내놓는 연구결과물들은 업계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K-MAP 시나리오’와 ‘기업의 기후리스크 무대응 비용 손익 영향도 분석 보고서’다. 

지난 2일에는 에너지정책시뮬레이터의 개발 소식을 전했다. 에너지정책시뮬레이터는 사용자가 다양한 기후 정책을 입력하면 온실가스 감축 경로, 추가·절감 비용, 발전량, 신규 차량과 산업기술 등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도구이다. 

넥스트는 미국 에너지·기후변화 싱크탱크인 ‘에너지 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에너지정책시뮬레이터를 국내 상황을 반영한 ‘한국 맞춤형’ 시뮬레이터로 개발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승완 대표와 이번 시뮬레이터 개발을 주도한 홍상현 책임연구원에게 에너지정책시뮬레이터에 관해 물었다. 홍상현 넥스트 책임연구원은 9월 22일에 온⋅오프라인에서 열리는 에너지정책시뮬레이터 활용법 워크숍을 연다고 밝혔다. 

김승완 사단법인 넥스트 대표는 전력경제, 전력시장 전문가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이자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사단법인 넥스트 제공
김승완 사단법인 넥스트 대표는 전력경제, 전력시장 전문가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이자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사단법인 넥스트 제공

 

한국 버전 시뮬레이터 개발…누구나 기후 정책 효과 알 수 있다

김승완 넥스트 대표는 “정책시뮬레이터는 정책 결정자, 시민사회 및 입법 보좌관들이 기후 관련 정책을 시뮬레이터에 입력하면, 정책이 기후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 어떤 파급효과를 주는지 손쉽게 테스트할 수 있는 툴”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도구는 교육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도구로서 튜토리얼을 한 번만 들어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며 “보통 기후 정책의 영향을 파악하는 모델 연구는 복잡한 코드를 사용해야 해서 학계와 일부 관련자들만 참여할 수 있었는데, 시뮬레이터는 간단한 클릭만으로도 정책 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시뮬레이터를 개발한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 '넥스트'/넥스트 제공
정책시뮬레이터를 개발한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 '넥스트'/넥스트 제공

미국은 주별로 10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홍콩 버전의 시뮬레이터가 나왔고, 한국 버전이 가장 최근에 개발됐다. 시뮬레이터는 국가 단위에서 기후 및 에너지 정책 임팩트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 

에너지정책시뮬레이터는 넥스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뮬레이터 활용을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은 9월 22일에 서울역 근처에 있는 서울 스퀘어에서 12시부터 5시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신청방법과 자세한 사항은 넥스트 홈페이지에 안내될 예정이다. 

워크숍은 에너지 이노베이션 담당자가 시뮬레이터에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참여 연구원들이 사용 방법과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한다. 마지막 시간에는 실습으로 시뮬레이터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국가단위 정책 분석…결괏값 활용이 관건

홍상현 책임연구원은 “모델은 국가 단위에서 분석하기 때문에 금융권, 기업 등 사용자 단위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상현 책임연구원은  에너지 및 전력 전문가로 '한국형' 에너지정책시뮬레이터 개발에 참여했다./사단법인 넥스트 제공
홍상현 책임연구원은  에너지 및 전력 전문가로 '한국형' 에너지정책시뮬레이터 개발에 참여했다./사단법인 넥스트 제공

홍상현 연구원은 “시뮬레이터는 현 정책 상태에서 2045년까지의 BAU(Business As Usual, 배출전망치)를 설정해서 제공하는데, 이는 정책 변화가 있을 때 철강 등 산업 부문별 일자리, GDP, 전력 생산량, 에너지 소비, 탄소 배출량 등의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BAU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배출 총량을 의미한다.

시뮬레이터는 ▲수송 ▲건물 및 가전제품 ▲전력 공급 ▲농업, 토지 사용, 임업 ▲지역난방 및 수소 ▲교차 부문 ▲연구 및 개발 ▲정부 수익 회계 부문에서 세부 정책들을 조정하여 결괏값을 계산해낸다. 

예를 들어, 전력 공급 탭을 클릭하면 발전원별 신규 발전소 금지, 탄소포집 및 격리 수준, 발전량 중 청정 전력 비중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정책 값이 입력되면, 배출량, 정책별 효과, 재정, 전력, 보건 및 사회복지, 에너지 소비, 연료 및 기술 비용 등 다양한 결괏값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정책시뮬레이터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책 시나리오를 입력하고 원하는 결괏값을 선택해서 확인할 수 있다./사단법인 넥스트 제공
에너지정책시뮬레이터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책 시나리오를 입력하고 원하는 결괏값을 선택해서 확인할 수 있다./사단법인 넥스트 제공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메탄, 아산화질소, 불소가스 등 오염원별로도 파악할 수 있다. 홍 연구원은 “탄소중립 정책은 탄소 배출 총량에 제한을 두는 정책과 행동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에너지시뮬레이터는 후자에 초점을 맞췄다. 홍 연구원은 “시뮬레이터는 탄소배출권처럼 배출량 총량을 제한하지는 않고, 탄소 가격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다양한 기후변화 정책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 값을 짧은 시간 내에 살펴보는데 유리하다”고 부연했다. 

홍상현 연구원은 “데이터가 확보된다면, 국가 영역 외 사용자나 외부 감축 등까지도 시뮬레이터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기를 기대하고, 교육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열어서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하는 도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승완 대표는 “우리나라도 지자체가 탄소중립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시뮬레이터를 사용하면 매번 컨설팅을 받지 않고도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지자체 데이터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서, 지금 당장 활용할 수는 없다”며 “장기적으로 데이터가 확보되면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시뮬레이터 무료 공개…“시민사회의 과학 데이터 활용 기대”

김승완 대표는 “기후 데이터는 정부나 학계 등 관계자 집단 안에서만 주로 활용된다”며 “시민사회와 더 다양한 분들이 이를 활용하지 못했던 한계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시민사회는 정책을 제안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는데, 기후 데이터를 과학적인 모델링을 통해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라며 “시뮬레이터를 무료로 배포해서 시민사회가 과학적인 데이터를 활용한 정책 비판과 제안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무료 배포 이유를 설명했다. 

넥스트가 발간한 K-Map 시나리오/사단법인 넥스트 제공
넥스트가 발간한 K-Map 시나리오/사단법인 넥스트 제공

넥스트가 기존에 발표한 ‘K-MAP 시나리오’와 ‘기업의 기후리스크 무대응 비용 손익 영향도 분석 보고서’도 모두 일반에 오픈돼있다. 

K-MAP 시나리오는 독일 민간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와 협업해서 한국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보다 더 높은 기준을 담은 시나리오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기후리스크 무대응 비용 수익 영향도 분석은 1,2차 보고서가 발간됐고, 8개 산업군의 대표 기업들이 기후 대응을 하지 않았을 때 어떤 손해를 보게 되는지에 대한 분석 결과가 담겨있다. 넥스트는 8월 24일 이 보고서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한다.

김승완 대표는 “미국의 싱크탱크 버클리 내셔널 랩과 함께 작업한 ‘2035년 청정에너지 목표 정책(Clean Energy Target Policy)’ 연구가 나오는데, 이는 2035년까지 청정에너지 비중은 어느 정도이고, 이 부문에 관련한 기술과 정책적 내용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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